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제재가 '3개월 직무정지'(중징계)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임 회장에 대한 퇴진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긴급 상정을 요청한 KB금융지주 부문검사결과 조치안을 심의한 결과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당초의 '문책경고'(중징계)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3개월)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임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태만 등으로 중과실이 인정되며 이에 따른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 만장일치로 임 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를 상향 조정했다.
임 회장의 직무정지 효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는 주의·주의적 경고 등 경징계와 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 중징계로 나뉜다.
문책경고는 이사회나 본인의 의지에 따라 현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직무정지는 당장 직무에서 손을 떼야 하는 중징계다.
임 회장은 직무정지 종료일부터 4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받게 된다.
금감원이 당초 건의한 문책경고가 3년간 재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징계 수위가 더 높아졌다. 단, 임 회장은 3개월 후에는 회장 직을 다시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제재 수위가 한 단계 더 높아짐에 따라 임 회장은 직무 정지 기간이 끝나더라도 자리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들은 임 회장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업을 추진하며 지주 직속 임원을 통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국민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 왜곡을 초래하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또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봤다.
위원들은 "주전산기 교체 건으로 KB금융지주와 은행 임직원간에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임 회장이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룹 내부 갈등과 지배구조 난맥상이 불거졌으며, 이같은 사태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 자산의 안정적 관리가 저해될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신제윤 위원장은 임 회장의 직무정지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KB금융의 경영건전성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 재산 보호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이어 "금융위원들이 많은 논의를 거쳐 임 회장에 대해 '3개월 직무정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며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재산 보호는 금융당국 본연의 의무이며,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부터 KB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이 구축되며, KB금융지주와 은행 등에도 금감원 감독관이 파견된다. 금융당국은 감독관을 통해 KB금융의 경영상황을 상시 점검하고, 신속한 대응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한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 결정을 뒤집고, 임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금융위에 건의했다.
임 회장이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은행의 정보기술(IT)본부장을 교체한 것을 비롯해 자회사 임원 인사에 개입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를 최종 결정한 금융위원회 전체회의 구성원은 금융위원장, 금융위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 한국은행 부총재,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감원장, 금융위 상임위원(2명), 금융위 비상임위원 등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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