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 개신교회에 감도는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기독교교회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는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90주년을 기념해, '한국교회의 국제관계, 그 역사와 변화'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토론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국제관계의 방향과 세계교회와의 연대에 대해 고민했다.
이날 토론회는 NCCK 국제협력국 정해선 국장이 사회를 맡았고 한신대 이해영 국제관계학부 교수와 감신대 박창현 선교학 교수, 한국YMCA전국연맹 이윤희 사무국장이 발제를 담당했다.
박창현 교수는 이날 '한국교회의 세계선교 기여 : 선교적 교회론의 모델로서 한국 초기 대 부흥운동(1903-1907년)'이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은 교회를 바라보는 비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는, 교회 존재 자체가 교인들에 의해 위협당하는 선교 위기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과연 한국교회는 '한국 개신교회 선교와 성장의 최대 걸림돌은 사회에서 공신력을 잃어버린 교회 자신'이란 말을 인정해야 하는 '우리는 정말 교회 존재 자체가 선교의 방해가 되는 단계에 와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당황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교의 기적이라고 놀라던 개신교회의 빠른 성장이 1885년에서 1980년 초기까지의 백년간이었다면 근래 들어 교회가 무너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거의 30년 만에 한국교회의 성도의 수는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기에 교회 존재 자체에 대한 염려마저 갖게 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고 박 교수는 우려했다.
그러면서 박창현 교수는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큰 자부심으로 알던,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교회의 처음 시작하는 교인만이라도 자기가 전도해야 한다는 개척교회의 정신은 사라지고, 목회 지망생들에게 개척은 최악의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개척을 하면 대부분의 교회는 미자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미자립 괴담'이 별 비판 없이 수용되고 각 교단과 교회들은 이에 맞는 수세적인 정책들을 심사숙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각 교회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해외 선교비 등 대외 지원을 대폭 삭감하고, 각 교단들은 교단 신학교들에게 학생 정원수를 줄여 목회자 정체 현상에 적극 개입, 대처하라는 강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선교위기를 넘어 선교 패배의식에서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박 교수는 비판했다.
이와 함께 "오히려 목회자들은 자기의 정체성을 선교를 통해 믿지 않는 교회 밖의 사람들에게 전도함으로 확인하던 것을, 이제는 자기 교회 교인들만을 대상으로 '제자화'라는 이름으로 교인 관리와 교회 행정가로 이해를 하고 있다"며 "다른 교회 교인의 수평이동을 합리화하고, 국내 인구의 20%도 전도되지 않는 현실에서 한국교회는 어려운 국내 선교를 포기하고 대신 '보여주기 식' 국외 선교에 치중하고 있다"고 그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이제 전도가 되지 않아도 교회는 교인 훈련용으로 전도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이어 박 교수는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의 방향에 대해 "무엇보다 오늘날 교회의 선교는 선교의 주체들 안에서 성령의 임재를 스스로 경험하고 또 이것을 그들의 삶의 변화와 함께 공동체가 함께 사모하고 경험하도록 하는 종교성을 회복하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오늘날 교회의 문제는 교회 안에 끼리끼리 모여서 자기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놓고, 세상과는 무관하게 심지어는 주님이 구원하라고 보낸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어 놓고 살아가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선교를 중심에 두는 교회론의 가장 분명한 모델이었던 한국 개신교회의 처음 출발점을 올바로 이해하고 이제는 잊혀져 가는 그 좋은 전통을 스스로 찾아내, 하나님의 선교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희 사무국장은 'YMCA 에큐메니칼 운동의 선교적 과제'라는 주제의 발제에서,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강조했다.
이 국장은 "최근 몇년 동안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에 관한 토론에서 '위기'라는 말이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며 "위기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노력은 적고, 서로에 대한 책임 전가 속에서 한국 교계의 미래와 현재를 책임져야 할 청년세대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은 방향을 잃고 있으며, 아니 '에큐메니컬 운동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며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있는가', 빛과 소금의 작은 집단이 아닌 이미 성장과 성공의 상징이 되어 버린 한국교회, 교권과 분열, 패권과 성장, 부패와 목회자 중심의 중세 가톨릭으로 전락하지 않았는지 질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도는 상생의 에큐메니칼 정신으로 우리를 자연스럽게 인도한다"며 "권력이 주는 세상의 질서가 아닌 인간혁명을 꿈꾼 '하나님 나라의 영성', '가나안 여정의 훈련', 이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체가 아닐까"라고 세계교회에 공헌하는 한국교회의 역할은 다시 에큐메니칼 운동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은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만드는 생명·정의·평화의 도구이어야 하며,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에 공헌하는 것은 이 질서의 도구가 되는 것"이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의 평화협력운동 ▲평화교육, 청년 지도력 육성, 마을과 생활에서의 협동 등을 에큐메니칼 운동의 과제로 제시했다.
이해영 교수는 '동아시아론과 진보:몇가지 테재'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동아시아의 역사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