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정부가 1월 담배값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애연가들 중심으로 일선 소매점에서 담배의 대량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업주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11일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공식 발표한 이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는 정부의 사재기 단속이 무색할 정도로 가격이 오르기 전 담배를 미리 구입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담배는 평소 매출에 별다른 변동 폭이 없는 상품 중 하나였는데 담뱃값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미리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 사재기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날 오후에는 50포 이상 구매한 손님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일부 편의점은 담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1인당 담배 판매수량을 1포로 제한하는 곳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매점들도 앞 다퉈 담배를 미리 사두려는 가수요 현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담배를 사재기한 뒤 비싸게 되파는 이른바 '담배 재테크'를 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 트위터리안은 "유통기한이 없고, 비닐포장을 뜯지 않는 이상 변질될 염려가 없기 때문에 담뱃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었다가 담뱃값이 오르는 내년에 팔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담배 사재기를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애연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담뱃값 추가 인상을 통해 '서민 쥐어짜기를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직장인 서모(46)씨는 "대기업들은 세금까지 감면해주고 있는 반면 세수 확보가 손쉬운 담뱃세는 올리려 한다"며 "소득은 제자리걸음인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마른 걸레 쥐어짜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담배 사재기를 막기 위해 불법 사재기가 적발될 경우 2년 이상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담뱃값 인상 전 '사재기' 우려에 대해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담배 매점매석 관련 고시를 준수하도록 홍보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서민 부담 가중과 '우회 증세' 논란도 만만치 않아 담뱃값 인상을 두고 국회에서 처리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사재기의 기준이 모호한 데다 여러 가게에서 담배를 대량 구입할 경우 단속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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