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지구대 지문확인 장비 없어...타인 주민번호 부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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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파출소와 지구대에 지문자동식별 시스템인 아피스(AFIS)가 설치되지 않은 탓에 일선 경찰관들은 신원을 속이려는 범죄자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국 파출소와 지구대 1950곳에서는 연행된 범죄자가 말한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 ▲궁상문 ▲제상문 ▲와상문 ▲변태문 ▲손상지문 ▲절단지문 등 지문 종류에 따른 식별 번호를 활용, 눈으로 직접 지문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는 '십지지문 분류법'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동일한 지문 종류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범죄자 본인과 주민등록번호상의 인물이 정확히 일치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

경찰이 범죄자의 본인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아피스 장비가 경찰서에만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범죄자의 혐의가 확인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될 단계에 다달아야 장비가 사용된다.

따라서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말하며 신원을 속이려는 수배자 등 범죄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을 당시 신원 확인이 늦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11시58분께 제주 이도동 한 분식점 인근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다음날 오전 0시45분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는 지구대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신원 확인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고 경찰서에서도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유치장 입감 직전에서야 동생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해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

결국 지문조회 결과 신원 불일치 판정을 받은 이후 본인 이름을 밝혔다. 지검장이라는 신분도 그의 운전기사가 지구대에 진술서를 제출하러 갔다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지난 1월 부산에서는 형의 신원으로 위장했던 30대 남성의 범행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김모(30)씨는 택시 요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가게 된 파출소에서 형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며 신원을 위장했다.

그가 지난해 10월 택시에 무임승차 한 혐의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탓에 가중처벌 받을 것이 두려워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형으로 자신의 신원을 위장해 경찰과 검찰, 구치소까지 속였던 김씨의 범행은 그의 형이 밀린 벌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관들은 이 같은 주민등록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적발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A 경위는 "범죄자 본인과 형제, 특히 쌍둥이의 경우 십지지문 분류법상 지문이 유사한 일이 허다하다"며 "절대 그런일이 발생해선 안 되지만 자칫하면 범죄자의 눈속임에 경찰이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B 경위는 "베테랑 경찰이라면 범죄자가 신원을 속이려는 것인지 아닌지 십지지문 분류법으로 확인 가능하다"면서도 "현재 시스템 상 파출소와 지구대 또는 현장에서 범죄자의 신원을 100% 장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갖은 핑계로 경찰 조사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로 신분을 속이려다 적발될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사례도 해마다 수천건에 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인원은 ▲2012년 3486명(5명 구속) ▲2013년 3981명(2명 구속)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2229명(6명 구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주민등록법을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만큼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며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신원 확인을 보다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보완 장치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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