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국회가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해왔지만 철도 비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이같은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주식회사 AVT로부터 호남 고속철도 레일 연결장치 납품 등에 도움을 주는 댓가로 6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재적의원 223명 중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시켰다.
새누리당은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을 토대로 의원들의 자율 투표를,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자율 판단에 표결을 맡겼지만 결국 '방탄국회'로 귀결된 셈이다. 여야가 최근 세월호 특별법 협상 난항 속에 지난 4개월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채 파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동료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보호막'을 드리우면서 국회에 대한 불신 여론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결과에 여당은 당혹감을 드러냈고 야당은 여당에 조직적 부결 의혹을 드러내며 공세를 펼쳤다.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우리 원칙은 방탄국회를 하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당론 없이 개별 의원 판단에 따르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당론으로 어떠한 것도 얘기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의원 각자가 판단한 문제에 대해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반면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말 충격적"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방탄 국회는 없다고 공언했는데 말로는 방탄국회가 없다고 하고 행동으로는 조직적 부결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당사자인 송 의원은 부결 결과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는 본회의 전 여야 의원들에게 결백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고 신상발언에서는 "지금처럼 검찰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 10번 20번 언제든 당당하게 받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송 의원이 검찰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데다 도주 우려도 없다는 점이 다수 의원들에게 부결 혹은 기권으로 이끌게 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