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일배' 청와대 향하는 세월호 가족들 경찰에 가로막혀

  ©뉴시스

[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4.16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서명지를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며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가로막혔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회의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월 국회에 제출한 350만명의 서명을 제외한 135만명의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삼보일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 120여명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북소리에 맞춰 "진상규명", "안전사회"라는 구호를 외치며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그러나 채 50m도 가지 못하고 경력에 가로막혀 10여분만에 저지됐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국민 485만명의 서명을 박근혜 대통령께 전달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언제든 만나러 오라던 대통령의 약속을 믿는다"며 제자리에서 삼보일배를 계속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삼보일배에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있게 지켜봤다. 일부 시민들은 유가족들의 삼보일배 행진을 막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故 박예진 학생의 어머니는 삼보일배 도중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 "지금 우리를 막고 있을 게 아니라 아이들을 진작에 구해주지. 아이들이 바닷속에서 얼마나 살려달라고 엄마, 아빠를 불렀겠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故 문지성 학생의 아버지는 "우리 엄마, 아빠들의 무릎이 다 나갈때까지 버틸거냐"며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가 전화하면 받아주겠다던 그 약속을 지켜 우리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도록 잘 전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내린 빗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삼보일배를 계속했다. 국민들의 서명지는 "소중하다"며 비닐 등으로 포장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비를 피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유가족들은 비를 맞고 있는데 경찰들은 우비를 입고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며 "대통령이 유가족들 한 번 만나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혀를 찼다.

광화문광장 한켠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반대한다며 맞불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다소 감정이 격양되기도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면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현재 오후 4시30분께 세월호 가족들의 삼보일배와 경찰 대치는 별다른 마찰없이 약 3시간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로 12일째 청와대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은 추석 연휴 동안에도 자리를 지킬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이 명절에 사랑하는 자식도 없이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이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다. 대학 특례, 의사자 지정 등 우리들이 요구하지 않은 법안으로 진정 우리들이 원하는 법안을 덮어버리려 하는 것에 화도 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재협상 안을 유가족의 뜻에 맞게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60%대에 가깝게 나타나고 있다"며 "세월호 가족들과 국민의 외침, 몸부림을 외면하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위는 추석 전까지 15만부의 세월호 홍보물을 배포하고, 추석날을 포함한 연휴 기간 내내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월호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