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한국교회에서는 매년 어린이부터 청소년, 장년, 시니어까지 10만 명 이상이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하고 있다. 선교의 최전선에서 타문화 현장을 경험하며, 크든 작든 영적 각성과 도전을 받은 이들이 중장기적인 결실로 맺어진다면 한국교회와 선교에 엄청난 힘이 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선교적 삶을 살게 되고, 선교적 교회가 늘어나게 되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후속 교육과 후속 사역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각 교회에 단기선교여행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에 'NEXT STEP 단기선교여행 그 이후의 선교적 삶'을 주제로 21세기 단기선교세미나가 열렸다. 행사는 선교한국 파트너스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가 주최하고 선한목자교회, 높은뜻정의교회가 후원했다.
21세기 단기선교여행위원회 위원장 한윤호 목사는 이날 "세상이 바뀌었고, 우리가 이전에 하던 방식대로 준비와 목적, 십자가의 메시지 없이 더는 단기선교여행을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며 "단기선교여행을 단기로 마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훈련하고 사역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기선교여행 그 이후의 후속교육, 선교적 삶, 국내 선교기회 활용, 전문사역 개발, 중장기 선교사와의 연계 등을 논의하기 위해 주 강의와 영역별 리뷰, 선택강의, 전체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됐다.
◆ 청년 세대를 중단기 선교에 동참시키는 방안
이날 고성준 수원하나교회 목사는 '단기선교여행 그 이후의 선교적 삶'을 주제로 한 주 강의에서 오늘날 청년 세대와 시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여 단기선교여행 참가자들이 중단기 선교와 다양한 사역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청년 세대는 80년대식의 '나를 따르라', '상관께 충성'하라는 식의 리더십은 이제 기대하지 않는다"며 "창의성과 자기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리더십을 원하며,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또 헌신과 희생보단 의미와 재미를 추구하고, 경험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고 목사는 젊은이를 중단기 선교에 동원하기 위해 선교 목적을 분명히 정하고, 장기 선교사가 들어가기 힘든 지역에 학생, 비즈니스인 등으로 중단기 선교에 동참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단기 선교지로는 캠퍼스, 언어군이 큰 곳(아랍어권, 불어권 등)을 추천했다.
중단기 선교 이후에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전공을 기초로 비즈니스 아이템을 찾고, 선교 현지나 한국에서 관련분야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언어, 기본 실력, 책임감과 인성을 갖춰 장기 사역을 위한 현지 취업을 준비할 수 있으며, 정부나 기관이 제공하는 훈련과 투자의 기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단기선교여행 이후 선교 교육
선교한국 파트너스 상임위원장 한철호 선교사는 이날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교육의 실제'에 대한 선택강의에서 "단기선교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각각의 은사에 따라 전략적인 방식으로 선교에 참여하는 선교적 삶을 살도록 촉구하는 것"이라며 "단기선교여행의 중요한 전제는 장기적 결과를 맺는데 있고, 이를 위해 반드시 이후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선교가 이제 많은 선교사가 아니라 좋은 선교자원을 배출해야 하는 시점에 있는 만큼 교육 부분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의 최종 목표인 선교적 삶을 살게 하려면 "단기선교여행 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사역, 경험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보냄 받은 공동체와 개인의 실제적 삶의 일부로 이해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단기선교여행은 선교적 삶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교육을 개인의 선교적 삶을 위한 교육과 공동체적 선교적 삶을 위한 교육으로 나누고, 각각의 실행 방안을 소개했다. 개인의 선교적 삶을 위한 교육 영역에 △ 선교적 성경 읽기(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관점으로 성경 읽기) △기도 계획(세계를 품고 지속해서 기도하는 일) △독서 계획(문화적 경계를 넘고, 광범위한 선교의 지식 공급을 위한 체계적인 선교독서)을 제시했다. 특히 다양한 측면의 선교 지식을 얻기 위해 △선교의 성경적 관점 △선교의 역사적 관점 △선교와 문화 △선교 전략의 네 가지 영역에서 독서 계획을 세울 것 제안했다.
한편 한 선교사는 "선교는 처음부터 공동체적이며, 선교공동체는 선교 교육의 필수적인 공간"이라며 선교적 공동체로서 정체성을 갖기 위해 비체계적 상시 선교교육과 체계적 정규 선교교육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체계적 상시 선교교육은 신앙생활 속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비공식 관계를 통한 선교교육으로 예배, 찬양, 설교, 각종 프로그램, 선후배 멘토링 등에서 이뤄진다. 체계적 정규 선교교육은 선교학교 운영으로 가능하며, 기존 선교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각 교회 상황에 맞게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철호 선교사는 "공동체는 선교학교 운영을 위해 △선교학교의 목적과 대상이 분명하고 △공동체의 선교영역에서 어떤 위치인지 전체 그림을 가져야 하며 △운영 기간 등을 염두에 두고, 생각과 삶의 변화를 이끌고 쌍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목적과 시간, 방식이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단기선교여행과 선교교육이 한 번의 행사로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이 선교적 삶을 살도록 도우려면 교회 전체가 선교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며 지역교회 선교로드맵을 소개했다. 한 선교사는 "이 로드맵은 선교가 교회의 긴 여정이라는 전제에서 선교적 교회로 나아가게 한다"며 "로드맵 전체가 교육되고 인식돼야 선교적 교회와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문 사역으로 이어지기 위한 후속 교육
이날 최주석 미래로교회 목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후속교육'에 대한 선택강의에서 "후속 교육과 후속 조치는 다르다"며 "우리나라 대부분 교회가 후속 교육 없이 후속 조치로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속 조치는 한 회로 매듭짓는 것이며 후속 교육은 연장선"이라며 "철야기도, 책자제작, 영상제작, 재정보고, 평가회, 정기 기도회는 후속 조치"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후속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사역'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또 단기선교여행은 궁극적으로 선교의 방향성과 목표를 세워나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의 준비기간은 길어야 6개월 미만"이라며 "이 기간 언어가 준비되지 못하더라도, 워십댄스, 찬양 등 사역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나눠주는 물량주의와 패권주의 선교(자민족 중심주의적 선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따라서 필요한 사역에서 전문적인 수준을 갖추며, 선교지에서의 안전문제와 위기 대응 교육은 후속 교육에서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철호 선교사와 마찬가지로 선교로드맵의 중요성을 강조한 최 목사는 "선교는 많이 가는 것이 자랑이 아니다"며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현지 사역에 어떤 열매가 맺어지고, 참여했던 선교팀원은 어떤 변화가 있고 선교적 삶을 살고 있는지, 본국의 교회는 어떤 변화와 열매가 나타났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선교의 큰 그림, 즉 로드맵 없이 단기선교여행이 시작된다면 결국 일회성, 이벤트성 단기사역으로 그치고, 선교 열매도 맺지 못할 뿐 아니라 고비용, 저효율을 넘어서 과소비 현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회는 선교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가지고, 단회성이 아닌 중장기 사역의 한 부분으로 단기선교여행의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또 "21세기 단기선교여행은 단회적 방문, 자국 문화 보여주기식 사역, 제한된 인원 등을 넘어 선진 기술 전문가를 통해 지역 공동체, 학교, 관공서 등 기술, 교육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기선교여행이 장기적이고 전문적인 사역의 한 영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 그룹과 장기적 안목은 필수다.
한 지역을 장기적으로 접근하려면 지역 정탐(아웃리치)을 통해 현지의 필요를 정리하여 사역 가능 범위를 만들고, 이후 현지인과의 접촉을 위한 언어 훈련, 사역 기술 훈련, 영성 훈련을 받는 '후속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선교현장에 필요한 건축, 지역개발, 이미용, 의료, 아동복지, 미술, 음악, 사회복지, 상담, 컴퓨터, 제빵, 조경 등 다양한 분야의 교회 내 전문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체계적인 후속 교육을 할 것을 제안했다.
◆ 단기선교여행 이후 국내사역
한편, 황예레미야 과천교회 목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국내사역'을 주제로 한 선택강의에서 △진로상담과 구체적인 목회 돌봄 △사후 훈련과 전문 선교프로그램에 거룩한 자기 투여 △선교모임에 적극 참여 △전문적인 선교기관의 도움 받기 △국내 외국인 선교에 참여 △장기적인 선교계획과 선교로드맵 세워지도록 기여 △기회가 되면 좋은 인솔자와 가이드 되기 등을 국내사역 방안으로 제시했다.
황 목사는 "세계선교를 국경을 넘어 타문화권에서 수행해야 하는 해외 선교 활동으로 이해하면서,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도와 필요를 돕는 것으로 제한한다"며 "자신의 삶의 변화와 지역사회의 총체적 변화, 교회 공동체의 내적 변화에 주목하지 않는 것도 선교의 이 같은 이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복음을 통한 선교수행자의 가치관과 삶의 총체적인 변화"라며 "단기선교여행에 참가한 이들이 사회와 열방으로 흘러가기 위해 여행 이후가 중요하고, 돌아온 제자리가 바로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선교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호 목사는 '한국 내 외국인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교회'에 대한 선택강의에서 단기선교여행을 목적지가 아닌 출발점으로 삼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이 가지고 있는 선교적 역량을 최대화하기 위해 여행 후에도 선교적 삶이 필요하다"며 "선교적 삶을 실천하고, 선교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국제교회 사역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아스포라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교회 사역을 선교적 교회 모델로 제시하고, 국내 타문화 선교를 위해 상황화, 믿음선교, 선교적 삶, 제자도, 다양한 선교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기선교여행 팀원과 함께 파송교회의 선교사역을 섬기고, 여행 경험을 살려 국내에서 가능한 타문화 선교 사역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외국인을 사역의 대상이 아니라 사역의 주체로 변화하게 하여 동역하고, 이들을 위한 전문성, 공익성을 강조한 사역도 당부했다.
◆ 단기선교여행 이후 해외사역
차요셉 높은뜻정의교회 선교사는 '나의 달란트, 해외선교에 어떻게 쓰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선택강의에서 "선교는 하나님께서 하시지만, 특별히 우리와 함께하시길 원하신다"며 "우리에게 맡겨진 달란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교이며, 열방의 많은 영혼이 주께 돌아오도록 하나님 나라를 위해 달란트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노래, 연주, 춤, 그림, 사진 등 예술 영역의 달란트는 사람의 마음에 다리를 놓아 주는 선교의 통로로 쓰일 수 있고, 언어와 교육 영역의 달란트는 선교사 자녀 교육에, 의료, 법률, 미용, 요리, 농업, 축산 기술 등 전문 영역의 달란트는 현지의 필요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협 CCC 간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해외사역'에 대한 선택강의에서 "단기선교여행의 주류 인원인 대학생, 청년이 여행 이후 상설 사역팀을 이뤄 해외선교를 지속하고, 이것이 선교적 삶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형선교개발원 원장 조명순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그 이후, 중장기 선교의 준비'에 대한 선택강의에서 "중장기로 선교에 동참하기 소망하는 참여자들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고, 선교단체와의 관계 맺기, 선교 멘토 찾기, 필요한 선교 훈련 받기, 좋은 서적 읽기, 영성 관리 등을 통해 '선교사적 삶'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