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기독일보·선교신문 기자]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가 개교 20주년을 맞아 27일 피지 나시카와 비전 칼리지에서 피지 순교비 헌화 행사를 진행했다.
한동대는 1997년 7월 나시카와 비전 칼리지의 초청으로 현지인들에게 컴퓨터 기술 전수와 선교를 위해 한동대 학생 열 명을 파견했었다. 하지만 고 강경식, 권영민 군이 식수시설 개선을 위한 우물 만들기에 동참한 후, 모래를 씻어내기 위해 바다로 들어갔다가 갑작스러운 파도에 휩쓸려 순교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피지에 순교비를 세웠다.
당시 사건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큰 아픔을 주었지만, 몇 달 뒤 피지에서 약 7백여 명의 원주민이 회심하고, 현재까지 선배들의 뒤를 따라 방학 때마다 수백 명의 학생이 피지를 비롯한 열방으로 봉사와 선교 활동을 나가고 있다. 나시카와 비전 칼리지도 현재 학생 170명, 교직원 30명의 소규모 기술교육학교이지만,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육과 훈련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많은 크리스찬 인재를 배출했다.
27일 헌화식은 장순흥 한동대 총장과 교직원, 필리모네 카우 주한 피지 대사, 순교자 가족 및 비전 칼리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순교사건 당시 학생 신분이었다가 현재 목회자가 된 에디 목사의 기도, 장순흥 총장의 봉헌사, 순교자 가족 추모사, 필리모네 카우 주한 피지 대사의 감사말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필리모네 카우 대사는 이날 피지인들을 섬기기 위해 왔다가 순교한 두 학생의 뜻을 기리며 진심으로 고마움과 감사함을 표했고, 28일에는 피지 외교부 장관과의 미팅에서 정부 차원의 감사장을 순교 학생 가족에게 수여했다.
장순흥 총장은 이날 봉헌사에서 "한동대 첫 입학생 강경식, 권영민 군이 순교하여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한동대가 하나님의 대학으로서 복음 전도와 열방을 섬기는 사명을 가지고 있음을 확증시켜 준다"며 "이들의 정신을 본받아 사랑, 섬김, 희생이라는 학교의 근본 가치를 실천해 나가며, 민족과 세계 열방을 섬기는 데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교자 가족 추모사에서 고 강경식 군의 어머니는 "한동대 제1회 졸업생인 영민이와 경식이를 만드신 하나님의 목적은 우리에게 양육을 맡기시고, 한동대를 통해 훈련받게 하셔서 한동대의 첫 순교자로 쓰시기 위함이었다"며 "저희 아들을 귀하게 쓰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과 영광을 돌린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필리모네 카우 대사는 피지 토양광물자원부 사무차관, UN대리대사를 역임하고, 2012년 주한 피지 초대 대사로 파견되어 한국과 피지의 지속적인 외교활동과 상호교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지난 5월, 6월에는 한동대학교를 두 차례 방문해 대학 내 피지 순교 기념 광장에서 헌화 및 추모의 시간을 가졌으며, 피지와 대한민국, 피지 대사관과 한동대간의 교류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편, 장순흥 총장은 지난 6월 2일 피지 명예 총영사로 임명됐으며, 이번 피지 방문을 통해 피지 교육부 장관,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을 하고 양국 간의 협력을 논의한다. 29일 오전에는 피지 국립대학교와 학생 및 교수 교류 등에 관한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경상북도만 한 크기의 피지공화국은 수도 수바(Suva)가 위치한 본섬 바티레부와 북섬 바누아레브 및 약 330개의 섬으로 이뤄진 남태평양의 제도이다. 1971년 수교 시작 이래 대한민국과 우호관계를 지속해오고 있으며, 2012년 7월 주한피지대사관이 개관하여 외교, 경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