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대기업들의 순환출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신규 순환출자금지 제도 시행을 앞두고 나타난 현상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2014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계열사간 순환출자 현황'에 따르면 63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4개 집단이 48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신규순환 출자 고리 수는 전년(9만7658개) 대비 9만7175개(99.5%)나 감소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은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KT, 금호아시아나,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한라, 현대산업개발 14곳이다. 순환출자 대기업집단 수는 전년 대비 1개 감소하는데 그쳤다.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된 집단은 동부가 유일했다. KT는 새로이 순환출자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다.
순환출자 고리는 A→B→C→A 식으로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자본을 출자해 그룹 내 여러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부실계열사 지원이나 총수일가의 편법적 상속·증여 등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 올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이 도입돼 이들 기업은 앞으로 신규로 순환출자를 늘릴 경우 주식 취득가액의 10% 내에서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14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KT를 제외한 13개는 총수가 있는 집단이다. 483개 순환출자 고리 내에 포함된 계열사 수는 총 83개로 기업당 평균 5.8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룹별로 롯데가 지난해(9만5033개)에 비해 9만4616개나 감소했지만 417개로 여전히 가장 많았고, 삼성 14개, 현대·한솔 각각 9개, 한진 8개, 영풍 7개, 현대자동차 6개, 현대산업개발 4개, 현대백화점 3개 등으로 집계됐다. 롯데는 "롯데의 순환출자고리가 다른 그룹에 비해 많은 것은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계열사 보유주식 무상증여, 계열사간 합병 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핵심과제로 도입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를 자발적으로 해소했다"며 "순환출자 고리 수를 대폭 축소하면서 순환출자형태가 단순화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진(5개)과 현대(4개), KT(2개)는 올해 순환출자 고리가 오히려 증가했다. 이외에도 그룹 내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상호출자 주식을 다른 계열사에 매각한 결과, 순환출자가 일부 증가했다.
합병·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변경과정에서 일부 증가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제3자 지분매각으로 순환출자 고리 수 4개가 감소했지만 계열사간 합병과정에서 고리 수 3개가 새로 발생했다. 현대는 계열사 출자로 순환출자 고리수 4개가 증가했다. 현대유엔아이가 현대글로벌의 지분을 취득하고, 현대증권이 현대유엔아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신규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 수가 대폭 감소하고 완전 해소한 집단도 출현하면서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가 단순·투명해지고 금산분리도 제고됐다"며 "특정금전신탁 등을 이용한 탈법적 신규순환출자 행위를 면밀히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주주현황 및 주식소유 현황을 입력하면 순환출자 내역이 도출되는 순환출자 산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산출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낸 수치는 지난해 발표 때와 크게 차이가 났다.
공정위는 "그동안 순환출자 현황은 공시 및 신고사항이 아니어서 기업으로부터 협조를 구해 이를 토대로 분석했기 때문에 순환출자 고리 수가 정확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