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루게릭병으로 일컬어지는 ALS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유명인들 사이에서 활발히 진행되면서 미국 교계에서는 기독교인으로서 이 캠페인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참여자가 스스로 얼음물을 끼얹은 후에 다음 도전자를 세 명 지목하고, 이렇게 지목을 받은 사람은 24시간 내에 자신도 얼음물을 끼얹거나 100달러를 이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는 미국 ALS 협회(ALSA)에 기부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SNS를 통해 뜻있는 일반인들 사이에 확산되어 온 이 캠페인은 유명인들이 동참하면서 전 세계로 알려졌다. 캠페인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에 루게릭병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캠페인 원래의 의도나 목적보다는 유명인들이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모습을 보고 즐기며, 이들이 누구를 지목하는지에 더 관심이 쏠린 듯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한 시각도 여러 갈래로 나뉘고 있다.
먼저는 캠페인을 통해 많은 이들이 선한 일에 참여하게 되므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인 크레이그 그로스(Craig Gross) 목사는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모범이 된다"며, "이 캠페인은 작은 개인이 어떻게 세상을 더욱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기독교인들에게도 보여주는 바가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위대하고 훌륭한 챔피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신 한 명으로는 이 세상에 변화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절망한다"며, "그러나 우리 모두가 큰 사역을 이끌거나 선교사가 되어 지구 반대편으로 가라는 부르심을 받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하나님을 섬기도록 부르심 받은 것이다"고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의미를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로스 목사는 "자기 머리에 얼음물을 쏟는 행동으로 ALS의 현실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불가능하다. 매일 하나님을 섬기는 일도 그처럼 작게 느껴질 수 있다"며, "그러나 모두의 노력이 모이면 변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와는 반대로 기독교인으로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은 성경적 가치관에 위배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 이유는 ALSA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ALS 치료법 가운데는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대형교회의 목회자인 내서니얼 킹(Nathanael King) 목사는 "나 역시 아이스버킷 챌린지 지목을 여러 번 받았고 나와 함께 하려고 한 이들에게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이 캠페인에 한 번도 동참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게는 그것이 위선적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ALSA가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며, "생명의 시작을 어느 단계로부터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은 배아 단계에서부터를 생명으로 본다"며, "ALSA를 후원하는 것은 이 연구를 후원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킹 목사는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모든 생명이 동등한 존재로 창조되었음을 믿는다"며, ALS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무고한 생명을 죽일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ALS 환자들을 위해서 우리 기독교인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며, "보다 윤리적인 치료법 개발을 돕기 위한 방법을 찾아 도울 것"을 권면했다.
한편, 킹 목사 외에도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은 △ALSA가 동물 실험이 동원된 연구를 후원하며, △물을 낭비하며, △ALS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퍼포먼스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