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소설책이 장편과 단편 사이, 즉 250쪽 이하의 경장편(중편)이 잇달아 나고 있다. 지난해 대비 경장편 소설 출판이 40%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25일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소설 중 250쪽 이하로 출간된 신간 종수는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인터파크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0년에 비해 올해 250쪽 이하 신간 종수가 약 3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새 신간이 7.9% 감소했다는 최근 보고(한국출판문화산업 '2013년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를 감안하면 실제 체감지수는 이보다 높을 전망이다.
올해 발표된 주요 신간 소설만 봐도 경향은 뚜렷하다.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은행나무)은 124쪽, 지난달 문학동네가 내놓은 이종산의 '게으른 삶', 정지향의 '초록 가죽소파 표류기'는 각 152, 160쪽이다.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200쪽), 이외수의 '완전변태'(240쪽), 허지웅의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172쪽), 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172쪽) 등 인기작가의 신간들 역시 가벼운 두께로 출간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초판 소설뿐만 아니라 기존 소설을 리뉴얼해 내놓은 개정판 및 인문서 역시 얇고 가벼워지는 추세다. 문학동네, 민음사 등 주요 출판사의 고전문학 및 개정판은 한결 가벼워진 디자인으로 출간되고 있다. 최근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220쪽), 설민석의 '전쟁의 신 이순신'(232쪽),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208쪽) 등이 짧은 분량으로 눈길을 끈다.
트렌드에 힙입어 일부 출판사는 경장편 소설을 시리즈로 묶어 출간하고 있다. 민음사는 윤고은의 '달고 차가운'(204쪽), 조해진의 '아무도 보지 못한 숲'(192쪽) 등 '오늘의 젊은 작가' 경장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는 배명훈의 '가마틀 스타일'을 시작으로 30, 40대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 매월 한 편씩 원고지 300~400장 분량의 중편소설을 펴내는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를 기획, 정기적인 출간을 예고했다.
인터파크도서 문학인문팀 기라미 MD는 "경쟁력 있는 몇몇 작가의 신간을 빠른 시간 안에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의 입장과 SNS 등 단문에 익숙해지며 긴 호흡의 작품을 소화하기 힘들어하는 독자들의 독서 습관이 두루 맞물리게 된 결과"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