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동일 목사)가 20일 '8‧19 세월호 특별법 여야 재합의'에 대한 논평을 통해 "유가족을 죽음으로 내모는 나쁜 정치를 멈추고,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생명살림의 정치를 시작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기장은 "8월 19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재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재합의 역시 유가족과 국민적 비판에 의해 파기된 8‧7 여야 합의와 비교해 크게 진전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야 원내대표는 유가족과 국민들이 요구해 온 수사권과 기소권은 논의 과정 자체에서 철저히 배제한 채 특검 추천 시 여당 몫인 2명에 대한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는 선에서 합의했다"며 "유가족의 의견과 참여, 4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한 결정이 '밀실야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4개월이 흘렀다. 박근혜 대통령도,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130석의 의석수를 가진 거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도 유가족과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호 이전과 달라진 건 하나 없다. 여전히 우리는 4월 16일, 그 시간에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약속을 한 사람은 많지만,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은 없었다. 약속을 지키려는 사람조차 찾아볼 수 없는 암담한 상황"이라며 신뢰를 주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해 '절망감'을 나타냈다.
또 "그 사이 유가족은 악의에 가득 찬 유언비어와 음해, 진실왜곡에 큰 상처를 받았다"며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말해 달라'는 간절함으로 한 달이 넘게 곡기를 끊은 희생자 아버지는 대통령과 집권여당, 거대야당의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에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장은 "그 누구도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하는 '진실규명'이라는 희망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하지만 틈만 나면 국민과 민생을 운운하는 정치인들은 그 실낱같은 희망조차 무참히 짓밟고 있으며, 자식을 잃은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기장은 "무엇을 감추고 싶은 건지, 무엇이 두려운 건지 눈물까지 흘렸던 대통령은 말이 없고, 집권여당은 유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민과 공감하고 혁신하겠다던 거대야당은 더 이상 유가족의 말조차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리더십을 상실한 현 정국을 거듭 비판했다.
기장은 "8월 19일 여야가 재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에 대해 세월호 참사 관련 가족대책위는 '반대'의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을 무시한 여야의 합의는 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여야합의의 진정성은 세월호 가족의 참여 속에서만 보증되며, 세월호 가족들의 동의가 없는 그 어떤 여야합의도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여야는 지금이라도 특검추천권에 매몰된 여야 밀실협상의 틀을 깨고 유가족의 참여와 동의를 전제로 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기장은 "진정한 치유와 회복은 명확한 진실규명에서 시작하며, 진정한 사회통합과 혁신은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서 시작된다"며 "명확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선행될 때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안전한 사회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