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개월 동안 세월호 침몰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피해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생겼지요. 유가족에게는 여전히 힘든 부분이지만, 일반 학생, 어른들은 이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로고스호프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로고스호프 한국방문위원회 홍보담당 강민구 선교사는 "요즘 배는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며 "선박 여행을 피하는 것은 물론, 배를 타고 일하는 사람들도 스스로 죄인처럼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하고, "최근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군대에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기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에 로고스호프는 뱃머리에 노란 리본을 달고 한국을 찾았다. 평상시 환영과 축제 분위기 속에서 한 나라를 방문하는 것과 달리,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의 슬픔을 함께하고 애도하기 위한 의미다.
강 선교사는 "배는 안전규칙만 잘 지키면 안전한 곳"이라며 "일반 학생들이 로고스호프에 한번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항에서 40년간 복음을 전해 온 한국외항선교회 총무 임성호 목사도 "세월호로 국가적 재난을 당했는데, 희망을 주는 로고스호프가 배에 대한 사람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외항선교회는 1989년 한국오엠선교회 설립 전인 1970~80년대부터 오엠 선교선의 방한을 도왔고, 이후 선교회 출신들이 한국오엠선교회에서도 활동하면서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로고스호프 방한에도 적극 협력했다.
임 목사는 "인천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돛단배를 타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곳일 뿐 아니라, 선교사와 외국인 선원을 통해 복음이 해외로 나가는 복음의 관문"이라며 "로고스호프 사역이 더 활성화되어 기독교에 힘을 더 실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교회에 이번 로고스호프의 입항과 사역이 던져주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두 자녀를 데리고 로고스호프 선상투어를 한 서울 돈암동 본교회 채윤희 집사는 "저나 아이들이나 교육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다"며 "선상 프로그램도 알차고, 만나는 승무원들도 마음이 다 열려 있는 것 같아 좋았다"고 말했다. 채 집사는 특히 "로고스호프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복음이 우리 안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사랑으로 전해지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인천 창영교회 박유정 집사는 "배 안 가장 낮은 곳에서 선교하는 분들을 보니 감사했고, 또 과거 포탄을 감싸 안고 순교한 두 자매의 섬김을 듣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저도 어디선가 선교사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 세계 교회를 경험할 수 있는 로고스호프
강민구 선교사는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외부 문화에 대해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국가 출신의 승무원들을 만나고, 인격 대 인격으로 간단한 교제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타문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선교사는 또 "교인들은 태국, 브라질, 필리핀 등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복음화가 안 된 국가도 선교사를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고 전했다.
◆ 선교적 패러다임의 전환 기대
그는 로고스호프 사역이 한국교회에 또 하나의 선교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하며 "보냄을 받은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단순히 복음을 전하는 선교 소명 하나로 번역한다면, 선교에 대해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교사로 왔는데 복음은 전하지 않고 일만 하고 있다면, 한국교회의 이분법적 패러다임으로는 당연히 선교사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강 선교사는 "사실 선교는 떠나 보냄을 의미하는 라틴어 '미시오'(missio)에서 온 말(미션, mission)"이라며 "나의 정체성은 내가 하는 일에 있지 않고, 내가 바로 하나님의 보냄을 받은 자녀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고스호프 사역자들의 간증도 대부분 내가 부름 받은 곳에서 일하는 것이 거룩한 예배인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주방 일을 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 로렌스 형제처럼, 배에서 접시를 닦으며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실현하는 것이지요. 물론 힘들어요."
강 선교사는 또 선교는 "가는 것(go)이나 보내는 것(send)보다 부르심에 따라 믿음으로 행하는 것(do)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독교인의 선교적 삶(missional life)이 주목받으며 소명적 삶으로 정직 등이 강조되지만, 많은 경우 세계선교는 결여돼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에서 순종하여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 되면서, 동시에 세계선교를 함께 가져가는 모형이 바로 로고스호프"라고 설명했다.
오엠국제선교회의 단기 선교 사역은 실제적인 사역 속에서 훈련되어지는 것(온 더 잡 트레이닝, on the job training)을 기본으로 한다. 강 선교사는 "많은 국제선교단체처럼 선교사를 혼자 보내지 않고 팀으로 보내며, 팀 리더와 조직 안에서 케어하게 한다"며 "단순히 장기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것이 아닌, 팀 자체를 위해 일하기 때문에 사역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보내는 선교사 개념의 오엠 서포터즈
그는 "한국교회에서 선교훈련을 3~4차례 중복으로 받거나, 교회 중직자 훈련까지 포함할 경우 선교훈련을 받은 사람이 1백만 명은 될 것"이라며 "2만 5천 한국선교사 중 제대로 훈련받은 어른 선교사가 1만 명이면, 나머지 99만 명은 여전히 선교지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한국오엠선교회는 이번에 보내는 선교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오엠 서포터즈'를 모으고 있다. 전부가 가는 선교사로 전방에 부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가는 선교사를 후원하며 동시에 후방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민구 선교사는 "한국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외에서의 한국선교가 달라진다"며 "교인들이 교회가 아닌 한국사회 속에서부터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보내는 선교사는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부르심에 대한 순종의 세계관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오엠 서포터즈는 단순한 선교 후원을 넘어, 우리의 삶의 현장이 선교지이고 선교적 삶을 돕는 자리인 것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오엠 서포터즈를 많이 모집하진 못했지만, 지방 보다 수도권 교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오엠선교회는 정기 회비를 내는 이들에게 주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를 발송할 계획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