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몰자 주도사에서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언급을 생략했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이후 역대 일본 총리들이 언급해온 '아시아국들에 대한 가해·반성'과 '부전(不戰) 맹세'를 아베 총리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정부 주최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 식사에서 아베 총리는 이같은 내용을 뺀 추도사를 발표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와 정부 요인, 전몰자 유족 등 약 6천 명이 참석했다.
아베 총리는 "(전몰자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현재 일본의)평화와 번영이 이뤄졌다. 이를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아직 귀환하지 못한 분들에 대해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전몰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어 "역사를 겸허하게 마주 보고 그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국가의 미래를 개척하고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가능한 한 기여하겠다. 모든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살 수있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길이 있다"며 평화에의 맹세를 거듭 밝혔다.
아베 총리의 이같은 평화 중시 노선 표방은 지난달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후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을 진정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반면 전몰자 유족 대표들은 일본의 전쟁 가해 책임과 반성을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족 대표 마키노 에미코(牧野笑子·88)는 "과거의 비참한 전쟁에서 배운 교훈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 제대로 전달해 슬픈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편 아베 총리는 추도식 참석에 앞서 2차대전에서 전사한 무명 병사들의 유골이 안치된 지도리가후치(千鳥ヶ淵)의 전몰자 묘원에 헌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