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박성민 기자] SK 와이번스가 4회 요청한 두 차례 심판 합의판정을 '신의 한 수'로 만든 것은 대타 한동민(25)이었다.
SK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5회에만 7점을 뽑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8-5로 승리했다.
이날 승부처는 4회초였다. 두 차례 합의판정으로 흐름이 묘해진 상황에서 한동민이 결정적인 안타를 뽑아내 흐름을 SK 쪽으로 완전히 틀어놨다.
1-3으로 끌려가던 SK는 두 차례 심판 합의판정으로 판정을 번복해 찬스를 일궈냈다.
4회초 SK는 선두타자 박정권이 볼넷으로 걸어나갔으나 나주환, 김성현이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 찬스를 일구지 못했다.
이어진 임훈 타석에서 1루주자 나주환이 2루로 도루를 시도했다. 2루심을 맡은 박종철 심판은 나주환의 아웃을 선언했다. 유격수 오지환의 태그가 나주환의 발보다 빨랐다는 것이다.
그러자 SK의 이만수(56) 감독은 그라운드로 재빠르게 달려나와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나주환의 발이 2루에 닿은 것이 오지환의 태그보다 빨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닝은 끝나지고 않고 SK의 2사 2루 찬스가 이어졌다. 계속된 임훈 타석에서 류제국이 임훈에게 몸쪽 공을 던졌다. 류제국의 투구가 임훈의 몸에 닿았는지 육안으로는 판단하기가 애매했다. 주심은 스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이 감독이 또 다시 심판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류제국의 투구가 임훈의 몸을 스쳤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어렵게 2사 1,2루의 찬스를 잡은 상황. 후속타자들의 안타가 없었다면, 두 차례 심판 합의판정은 '신의 한 수'가 아니라 소득없이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후속타자 정상호가 좌전 적시타를 날려 1점을 만회하면서 SK의 두 차례에 걸친 심판 합의판정은 빛을 보는 듯 했다.
여기에 화룡점정한 이가 한동민이다.
1번타자 이명기가 1회초 주루플레이를 펼치다 어깨 부상을 당해 김재현이 대신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김재현 타순이 돌아오자 한동민을 대타로 내세웠다.
2사 1,2루의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한동민은 폭투로 주자들이 한 루씩 진루하면서 절호의 찬스를 만났다. 한동민은 류제국을 상대로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한동민의 역전 적시타가 SK의 잇따른 심판 합의판정을 '신의 한 수'로 완성시킨 것이다.
이 감독의 대타 작전이 맞아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한동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팀이 7-3으로 앞선 5회초 2사 1,3루에서 한동민은 2루수 옆으로 살짝 빠져나가 우측 외야로 향하는 적시타를 날렸다.
한동민은 이날 역전 적시타를 포함해 2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영양가 있는 '한 방'을 적잖이 선보이며 가능성을 뽐냈던 한동민은 올 시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터다. 이 때문에 그는 "한 타석이 '인생 타석'이다. 그만큼 절실했다"고 말해왔다.
이날 활약으로 한동민은 이 감독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동민의 활약으로 승리한 SK는 42승째(54패)를 수확, 4위 롯데 자이언츠(44승49패1무)와 격차를 3경기로 좁히며 4강 희망을 밝혔다.
한동민은 "결승타를 쳤을 때 볼카운트가 불리해 변화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운좋게 볼이 가운데에 몰려 행운의 안타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다 기쁘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지난해에는 몰랐는데 요즘 한 타석의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한 한동민은 "최근에는 한 타석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즐겁고 고맙다. 남은 시즌 매 타석 집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