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도가니' 사태 일단락..무엇을 남겼나?

교육·학술·종교
인화학교 문제 '지루한 6년'이 영화 한편에 '2개월로 깔끔';"사회적 약자 인권실태 점검하는 계기 삼아야"

영화 &#39;도가니&#39;로 촉발된 인화학교 사태가 학교 법인에 대한 허가 취소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9월 22일 영화 도가니가 개봉하면서 일어난 열풍은 두 달 가까이 전국을 &#39;분노의 도가니&#39;로 몰아넣었다.

영화의 원작이 된 공지영의 소설은 출간된 지 2년이 지나 다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로 올라섰으며 영화를 본 시민과 누리꾼들은 재수사와 시설 폐쇄를 청원했다.

불붙은 비난 여론에 놀란 행정기관들은 그동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모습을 감추고 후속 조치들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39;만시지탄&#39;의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이번 일을 사회적 약자의 인권실태를 점검해 &#39;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는&#39;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화학교 법인 허가 취소 = 광주시는 18일 영화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와 인화원을 운영하는 복지법인 우석에 대한 법인 허가를 취소했다.

이번 결정은 2005년 6월 광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에 성폭력 피해 사건이 접수된 후 6년5개월만이다.

허가가 취소되면 우석이 소유한 인화학교와 인화원 등 건물 4동(57억원 상당)은 국고로 귀속된다.

이에 앞서 법인은 &quot;법인의 모든 재산을 가톨릭 광주사회복지회에 증여하겠다&quot;는 의사를 밝혔지만 시는 원칙대로 처리(허가 취소)하는 것이 상식에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화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재수사에 들어간 경찰도 14명을 입건했다.

입건자 가운데는 원생의 손발을 묶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은 교직원, 같은 피해자를 강제추행하고 성매매를 제의한 혐의를 받은 교사, 법인 비리를 주도한 임원 등이 포함됐다.

◇사회를 움직인 영화의 힘 = 영화 한 편의 힘은 컸다. 장애학생 인권유린에 꿈쩍 않던 우리 사회는 영화 개봉 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국회는 지난달 28일 일명 &#39;도가니법&#39;으로 불리는 &#39;성폭력범죄의 처벌 특례법 개정안&#39;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장애인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형량을 강화하도록 했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 29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수사관 5명을 포함해 21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법인 비리와 성폭행 의혹에 대해 관련자 40명을 조사했다.

광주시와 광주 광산구, 광주시 교육청의 대처는 극적이기까지 했다.

이들 기관은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이 이어지던 5~6년전 교육시설(인화학교), 복지시설(인화원), 복지법인(우석)의 감독기관이 다르다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되고서는 인화학교 위탁교육 취소(교육청), 인화원 시설폐쇄(광산구), 우석 법인허가 취소 결정(광주시)이 두 달 만에 쉴 틈 없이 나왔다.

◇끝나지 않은 상처 = 법인 허가 취소 결정에 따라 인화학교 문제는 외견상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우석은 소유 재산을 공공시설로 활용하는 조건이 충족되면 행정소송을 내지 않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지부는 인권 전문 이명숙 변호사와 함께 변호인단을 꾸려, 가해자는 물론 행정ㆍ교육 당국, 국가 등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와 재학생들의 상처도 &#39;진행형&#39;이다.

광주지방경찰청 원스톱지원센터의 주선을 통해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가 피해자 8명을 정밀 검진한 결과 6명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등을 보였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있는데다 치료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회복하기 힘든 상태여서 장기간 약물 또는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인화학교 재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광주 한 교육시설에 마련된 새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은 내년 2월부터 또 다른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뒤 2013년 개교 예정인 공립 특수학교 &#39;선우학교&#39;에 배정될 예정이어서 이 기간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시민단체 &quot;갈 길이 멀다&quot; = 청각장애 인화학교 학생들의 &#39;입과 귀&#39; 역할을 한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법인 취소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quot;갈 길이 멀다&quot;는 반응을 보였다.

대책위는 시의 결정에 따라 광주 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진행 중인 천막농성을 지속할지 등 앞으로 활동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대책위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도입을 위해 주력하고 우석이 허가취소 결정에 불복하면 행정소송 등에 대한 대책도 검토할 방침이다.

대책위는 또 인화학교 재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당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대책위 한현우 집행위원장은 &quot;인화학교 재학생들이 안정적인 여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quot;며 &quot;이번 일을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인권침해 문제를 폭넓게 되짚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quot;고 말했다.

#도가니법 #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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