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장은 이날 국회 출입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의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했는데 의장도 이제 다른 쪽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생각중"이라며 "내가 더 중재노력을 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방법도 없다. 아무것도 없고 내가 가진 화살을 다 쏘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더 이상 협상카드도 없고, 중재안도 없기 때문에 최대한 기다리겠지만,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같은 박 의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의장으로서 비준안 직권상정을 결심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한나라당은 조만간 박 의장에게 비준안 직권상정을 요청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에서 어떻게 요구해 올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최종적인 것을 얘기하면 들어보겠다"면서 "상임위는 내 소관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고 과거의 여러 관계도 있는 만큼 그런 것을 잘 참작해서 어떤 방법을 택할지 앞으로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국회의장이 합의처리를 마다하겠느냐. 그 아닌 다른 방법(직권상정을 염두한 말)을 어떤 의장이 선호하겠냐"면서도 원치 않지만 직권상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분위기로 말했다.
박 의장은 '여야 간 더 이상의 합의 가능성이 없는데 시간을 끄는 게 낫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내가 카드가 없다고 손을 빼면 직무유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해 "더 협상하고 논의할 그런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제는 통 큰 결단만 남았다. 그간 통 큰 결단을 한 사람들이 결국 대권을 잡지 않았으냐"면서 "제발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통 큰 정치인이 됐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후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했는데 김 전 대통령이 국익을 고려해 청와대를 방문, 중간평가를 포기토록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김대중 선생이 그립구먼...지금 계신다면 뛰어가서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덧붙였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