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손현정 기자] 이라크 이슬람 수니파 반군인 이슬람국가(IS)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기독교계 지도자가 고발했다. 현지 칼데아 정교회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마크 아라보(Mark Arabo)는 어린이 학살을 비롯해 IS가 저지르고 있는 충격적인 만행에 대해 지난 9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증언했다.
아라보는 "IS는 조직적으로 어린이들을 참수하고 있고 그 부모들의 목까지도 베고 있다. 지난 한 세대 동안 유례가 없었던 악행이다"고 밝히면서, 특히 "모술에는 IS 조직원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해서 그 머리를 꼬챙이에 꽂아서 전시하는 공원이 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이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전 세계는 이러한 범죄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 비단 한 소수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를 그들이 저지르고 있다. 차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가장 잔인하고 참혹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IS는 지난 6월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을 점거한 이래로 북서부 지역 내 도시들을 차례대로 장악해나가고 있는 것은 물론 주요 발전소와 댐까지 손에 넣으면서 세를 확산해가고 있다. 이들이 점령한 도시들에서 무슬림이 아닌 소수종교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가하고 있는 박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고 있다.
아라보는 현지 기독교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먼저 모술에서는 IS가 도시를 점거한 이래로 기독교 인구의 95% 가량이 박해를 피해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고 밝혔다. 남아 있는 5%는 아마도 도시를 떠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이슬람으로 개종하라는 협박을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달 중순 IS가 모술의 기독교인들에게 개종까지 최후 시한을 제시하며 불응할 시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가한 것 역시 사실이라고 그는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IS는 처음에는 개종을 하거나 벌금을 내면 살려 주겠다고 제시했으나, 개종 대신 벌금을 내는 쪽을 택할 경우 집으로 쳐들어와 아내나 딸 등 여성들을 납치해갔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기독교인들은 결국 개종 또는 죽음 둘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고 말했다.
아라보는 모술을 떠난 기독교인들은 다시는 자신들의 집과 일터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IS 조직원들은 '죽음의 표식'을 이주한 기독교인들의 집마다 새겨 놓았으며 이들에게 '나는 너희들을 알고 있으며 만약 돌아온다면 너희 모두를 죽일 것이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라보는 이 모든 상황들은 이라크에서 IS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일들이 단순한 소수종교 박해가 아닌 국제사회가 단합하여 대처해야 할 반인도범죄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상황을 '기독교인의 홀로코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세계는 이러한 상황을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IS는 정말로 눈에 보이는 모든 기독교인들을 살해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집단학살(genocide)'이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을 이슬람으로 개종시키기 원하고 샤리아 율법을 적용하기를 원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공습을 지시하며 이는 현지 미국인들을 보호하고 소수종교인들에 대한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일부 지역을 장악한 테러리스트들이 소수종교인들에 대해 잔혹한 행위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 소수종교 공동체 전체에 대한 조직적인 파괴를 자행하고 있으며 이는 집단학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습을 승인한 이래로 아라보는 현지 기독교인 공동체가 이를 환영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에서의 공습과 인도주의 구호사역을 승인해 준 것을 전심으로 지지한다"면서,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집단학살'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켜 준 데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