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구정을 지내기 위해 이른 설날 아침에 도봉역에서 전철을 탔었습니다. 서대문에 큰 집이 있어 시청 앞에서 내려야 하는데, 왠지 갑자기 동대문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목적도 없는데 전철이 동대문에 도착하자마자 얼른 내렸습니다. 그리고 이스턴(구)호텔 쪽으로 지하도를 빠져 나왔습니다. 기왕에 나왔으니 ‘운동장 역에서 2호선을 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걸었습니다.

몇 발자국을 걷다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상품의 가치도 없는 신발 몇 켤레를 길에다 펼쳐놓고 팔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자식들도 없으신가? 추운 설날 아침부터 저런 초라한 모습으로 신발을 팔고 계실까?’ 조금을 걷다가 다시 뒤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 설은 안세세요? 왜 이렇게 추운 설날 아침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셔요? 자식들은 없으세요?”

할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삼만 원을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누구신데 이렇게 많은 돈을 주십니까? 신사 양반, 여기 있는 신발을 가져가세요!”라고 간절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적은 액수지만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나서 드리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뒤돌아오는데,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여 몇 번을 고맙다고 절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할아버지를 뒤로하고 걸으면서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날 아침 너무 행복하다. 하나님 동대문에 내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주님의 인도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감사 기도를 하면서 그렇게 걸어왔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그곳을 지나다보면 문득문득 그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오래 전 친구 교회 부흥집회에 참석했습니다. 대학원 동문인 목사가 집회를 인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설교 도중 자기 집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얼마 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3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할머니는 엄청난 구두쇠로 소문이 난분이었다고 합니다. 혈육이라고는 손자인 자기 밖에 없는 데도 전혀 도움을 전혀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병원에 누워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무엇인가 자꾸 달라는 손짓을 해 문득 생각이 들어 지갑에서 삼만 원을 꺼내어 할머니 손에 쥐어드렸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돈을 손에 움켜쥐고 잠시 후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문제는 자신이 할머니 손에 쥐어준 돈입니다. 할머니가 숨을 거둔 후 움켜 쥔 돈을 빼 내려고 잡아 당겨 보았는데 돈이 잘 빠지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삼만 원을 손에 들려드리고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으면 무엇 합니까? 한 푼도 써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30억이 되는 모든 재산이 자기 몫이 되었다는 집안의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할머니처럼 돈에 집착해 살다가 아무런 낙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가문과 사회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은 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그 문제로 교회가 비난을 받기도 하고 칭찬을 듣기도 합니다. 돈은 좋은 일에 사용하라고 하나님이 주신 복입니다. 돈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참 지혜를 가진 사람이며, 성숙한 신자입니다.

욕심으로 돈을 손에 움켜쥐면 쥘수록, 행복보다는 불행이 더 크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결말은 대다수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돈, 돈, 돈,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불행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조성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