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도회] "특별법 요구에, 언론은 '시체팔이' 한다고 가슴에 대못 박았지만···"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 "의사자 지정·대입특례·보상금 배제, 특별법 진실규명이 목적"; 광화문 광장서 각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위한 기도회' 잇따라 열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예장 목회자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의사자 지정·보상금·대입특례 등은 배제하고, 진실만 규명하면 됩니다. 그래야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이것이 죽은 아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예장 목회자(통합) 기도회'와 '기독인 연합기도회'가 연달아 진행됐다. 이날 기도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故 예은이 엄마)는 왜곡된 보도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죽은 아이들을 이용, 특혜를 받으려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예은이 엄마)가 증언하고 있다. 박 전도사는 유가족 유경근 대변인의 아내이다.   ©이동윤 기자

박 전도사는 "다시 사고 당일 4월 16일로 돌아가면, 수백척의 군함과 헬기 및 잠수함을 통해 활발히 구조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구조 현장은 너무나 한산했고, 지휘체계조차 없었다. 방송 그대로 바보같이 아이들에게 '믿고 기다려라'라고 했다"고 당시 참담한 상황을 회상했다.

박 전도사는 "이 사고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유가족들은 숨어서 돌을 던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에게 대안 제시를 기대했지만, 정쟁의 한 도구라는 느낌도 든다"고 전했다.

그는 "어느 때부터 유가족들이 요구하지 않은 의사자 지정·대입특례·보상금 논란이 불거졌고, 특별법 요구를 위한 유가족 단식과 도보순례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특별법 요구에 '시체팔이를 한다'고 유가족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다. 오늘 기도회 성경 구절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인데, 수많은 사람들을 골방에서 울게 놔뒀다. 혼자 울게 두면 안 된다···"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전했다.

박 전도사는 "특별법으로 왜 구조를 못했는지를, 수학여행은 교육의 연장선상인데 왜 그 배를 타게 했는지, TV에서도 봤듯이 유리창에서 구해 달라고 하는데, 왜 못 구했고 '못 봤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지를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래서 처벌해야 하는 사람은 일벌백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하는 예장목회자(통합) 기도회'는 박천웅 목사의 사회로 시작돼 김병균 목사(NCCK 인권센터 이사)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우예현 목사(일하는 예수회 회장)가 '세월호 희생 유가족들을 위해' 각각 기도했다. 서덕석 목사(열린교회)의 추모시 낭독 후, 김일재 목사(총회 인권위원장)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7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도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김 목사는 "(이 참사를 접하며) 목회자로서 고민하고 회의에 젖기도 했다"며 "세월호 참사는 교회와 성도들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와 목회자, 그리스도인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들이 정의에 대해 설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의가 사라진 사회, 정의의 설교가 메마른 교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공동체인가"라며 우리 신앙과 교회, 교단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들자. 사회안전망을 세워야 한다"며 "추상같이 공법을 지키고, 정의가 하수처럼 흐르게 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진실을 밝혀 관련자들을 일벌백계 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진실규명을 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교 후 이승열 목사(총회 사회봉사부 총무)와 이홍정 목사(총회 사무총장)은 격려사를 전했다. 이어 김영위 목사(순천노회)와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낭독하며 "세월호 특별법은 가족의 요구대로 제정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7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김영위 목사와 참석자들이 '세월호 특별법은 가족의 요구대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참석자들은 "돌봄도, 진실도 없는 무능 정부를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즉각 제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아직도 팽목항에서 시신을 기다리는 가족들, 그리고 억울한 죽음을 가슴에 담지 못하고 단식하며 절규하는 유가족들을 위로해주소서"라며 "책임자 처벌과 진실규명을 위해 몸부림치며 외치는 우리 모두에게 정의의 하나님이 함께 하소서"라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이 하루속히 제정할 것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법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것 등을 요구했다.

기도회는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의 축도로 마쳤으며, 이어 민주쟁취기독교행동' 주관하며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정의평화위원회 주최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독인 연합기도회'가 진행됐다.

7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기독인 연합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인 연합기도회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의 인도로 김희룡 목사(성문밖교회)가 참회의 기도, 진광수 목사(감리교시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가 위로의 기도, 김동한 장로(민주쟁취기독교행동 공동대표)가 간구의 기도를 각각 담당했다.

세월호 유가족 박은희 전도사의 현장 증언에 이어 홍성현 목사(갈릴리신대원장)의 증언과 김영주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의 연대사, 정태효 목사(민주쟁취기독교행동 공동대표)의 광고와 결단찬송 후 박동일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의 축도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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