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지명수배)씨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들을 조건부로 선처할 뜻을 비쳤다.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해서도 자수할 경우 장례식 참석 등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해준다는 입장이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 전 회장 부자(父子)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 중인 양회정(56)씨와 김명숙(59·여)씨, 박수경(34·여)씨가 이달 말까지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도주 차량을 운전하는 등 도피에 가담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유 전 회장이 은신한 별장의 빛이 새 나가지 않도록 부직포를 붙이는 등 내부 수리를 맡았고, 통나무 벽 안에 이른바 '비밀 방'을 만드는 등 도피에 적극 가담한 의혹이 짙다.
양씨는 경기 안성 금수원에서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으로 은신처를 옮기는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을 태운 차량을 운전했지만, 지난 5월25일 새벽 유 전 회장과 헤어졌다.
양씨는 처제에게 유 전 회장을 구하러 가자고 설득했지만 거절당하자 경기 안성 금수원으로 잠입한 뒤 다시 빠져 나와 수도권 일대에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씨는 금수원 안에서 유 전 회장의 도주 작전을 총지휘하는 등 도피에 관여한 인물이다.
김씨는 구원파 내 평신도어머니회 간부로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구속되자 금수원 안에서 전체 상황을 컨트롤하고 검경 추적 상황을 보고받으며 도주 작전을 총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엄마' 신명희(64·여·구속기소)씨의 딸 박수경씨는 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씨는 태권도 유단자로 알려졌으며 대균씨의 수발을 들며 지근거리에서 도피를 돕고 있는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
강찬우 인천지검장 직무대리는 "유병언이 사망했기 때문에 처벌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며 "범인도피 이외에 (다른)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에 대해서도 자수할 경우, 장례식 참석 등의 사정을 최대한 참작해준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친 유 전 회장의 사망과 모친 권윤자(71·구속기소)씨의 구치소 수감 등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는 등 수사상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외에 체류중인 차남 혁기(42)씨에 대해서도 죄질의 경중 등을 따져 추후 처벌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부친 사망 등의 사정은 대균씨와 마찬가지로 참작해주기로 했다.
강 직무대리는 "장례식절차도 남았고 사후 여러가지 처리해야 일들이 있는데 인륜 문제에 있어서는 저희가 얼마든지 배려할 수 있다"며 "혁기는 대균과 비교해서 범죄사실 차이가 있고 그 범죄사실이 중한지 비교가 되니깐 부친사망, 모친 구속 정도는 감안해주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검찰이 예상과는 달리 강공책이 아닌 회유책을 내놓은 것은 유 전 회장의 두 아들과 측근들에 대한 '압박'의 강도에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장기간 이어온 검거 작전의 실효성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불구속 수사, 정상참작 등과 같은 '당근'을 제시해 회유를 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거 작전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대균씨 등의 도피를 돕고 있는 구원파 신도들의 저항이나 불만을 누그러뜨려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유 전 회장 검거에 실패한 검찰 내부의 부담을 반증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강 직무대리는 "현재 활동적으로 검거활동을 하고 있지만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하려면 이런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7월 말 이후에도)검거작전은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