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 교회, 무슬림 주민들에게 피난처 제공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사람들 돕는 교회의 의무 최선을 다해 도울 것"
가자시티 내에 위치한 세인트포피리우스 교회에서 보호 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슬림 가족들. ⓒ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6주째로 접어들면서 가자 지구 주민들의 고통이 커져 가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지역의 교회가 공습의 위험을 피해 온 주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 중 하나로, 12세기에 지어진 그리스 정교회의 세인트포피리우스 교회는 현재 1천여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보호하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 교회는 이스라엘군의 공습 당시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다행히 파괴되지는 않았다.

알렉시오스 대주교는 "이스라엘군의 폭탄이 교회 근처에 떨어졌고 이로 인해서 교회의 공동묘지가 훼손됐지만 다행히 교회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주교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 우리는 교회를 열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교회의 의무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인트포피리우스교회는 피난처 외에도 주민들에게 음식은 물론 이불과 의자,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한 장난감도 제공하고 있다. 알렉시오스 대주교는 "처음에는 6백 명 정도가 교회로 대피해 왔는데 지금은 거의 1천 명으로 그 수가 불어났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여성과 어린이며, 태어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도 있다"고 밝혔다.

교회로 피난처를 찾아 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무슬림들이다. 팔레스타인 내 이스트제루살렘 교회의 알렉스 아와드 목사는 "가자 지구에는 2백만 명의 주민이 있고 그 중에서 1천 명 정도가 기독교인이다. 이들은 비록 대부분이 무슬림인 다른 주민들과 다른 신앙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를 이 지역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에도 기독교인과 교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팔레스타인 내에서 무슬림 주민들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번 분쟁으로 인한 고통도 모든 팔레스타인들과 함께 느끼고 있다.

아와드 목사는 "오늘날 가자 지구에서 기독교인들은 무슬림들과 다름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폭격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하루 24시간 가운데 8시간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깨끗한 물도 제한적으로만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들은 고립된 한 지역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자 지구의 무슬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나 무슬림들이나 모두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 모두에서 똑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양쪽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습과 로켓 공격을 지속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대해서 국제사회는 비판을 가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에 무차별적인 민간인 공격을 하지 말라면서 이는 전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레이 대표는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 가운데 약 75%가 민간인이고 부상자가 수천 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최소 팔레스타인인 657명, 이스라엘인 31명이 숨졌다. 필레이 대표는 가자지구 상황이 엄중하다며 전범이 될 수 있는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필레이 대표는 인권 유린은 반드시 독립적이며 적정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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