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모술 기독교인들, '개종 또는 죽음' 위기 직면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피난 행렬 계속... "도시에서 기독교인 모두 사라질 것"
피난 중인 이라크 기독교인 주민들이 자신들의 짐을 챙겨 힘겹게 길을 걷고 있다. ⓒAP/뉴시스.

이슬람 수니파 반군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가 점령한 모술과 인근 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의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기독교인들이 조상 대대로 2천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살아 왔던 고향을 버리고 피난길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신앙을 지키고 살기 위해서'다. 최근 ISIS는 모술에 남아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으로 개종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내 지역복음주의교회협회(CLEC) 무니르 카키쉬 회장은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 모술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서구 정부 지도자들은 이 비극적 상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고, 심지어 그러한 언급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누군가는 ISIS를 막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들은 모술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기독교인을 모두 없애버릴 것이다"고 밝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ISIS가 모술과 그 주변 지역의 기독교인들에게 개종할 것을 강요하며, 지난 주말까지를 시한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S는 모술을 장악한 이후 '이슬람 국가'를 선언하고 이라크와 시리아 전역으로 점령 지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BC 뉴스를 통해 보도된 ISIS의 최근 성명에 따르면 이들은 기독교인들을 향해 "세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이슬람을 따를 것인지, 2류 시민이 될 것인지, 칼을 맞아 죽을 것인지를 택하라"며 위협을 가했다.

이미 모술과 인근 지역에서는 수만 명 규모의 기독교인들이 ISIS의 박해를 피해서 비교적 안전한 쿠르드 자치 지역 등으로 이주했다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이 가운데 아직 모술에 남아 있는 교인들의 안전에 대해서 이라크 현지 교계 지도자들과 국제 박해 감시단체들은 우려를 표해 왔다.

이라크 가톨릭 교회의 루이스 사코 대주교는 AFP에 "기독교인 가족들은 도후크나 이르빌 지역 등으로 가기 위해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며, "이라크 역사상 처음으로 모술에는 기독교인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코 대주교는 "모술에서 ISIS는 코란에서 기독교인을 의미하는 '나사라(Nassarah)'의 첫 알파벳인 N을 기독교인의 집에 표시하는 식으로 이들을 무슬림 주민들과 구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주교에 따르면 2003년 이라크전 이전에 모술에는 6만 명 가량의 기독교인이 살고 있었으나, 이후 이슬람 분파 간 분쟁과 증가한 박해로 인해 그 수가 점차 줄어들어서 2014년 초에는 3만5천 명 가량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최근 보도들에 따르면 ISIS가 모술을 점령한 직후 이미 1만 명이 넘는 기독교인들이 도시를 빠져나갔다.

이라크 칼데아 정교회 노나 대주교 역시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모술의 교회들이 공격과 약탈을 당하고 있다"며, "복면을 한 무장요원들이 차를 타고 와서는 교회의 소유물을 강탈해가고 나가면서는 교회를 부순다. 이들은 또한 아무도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교회 입구를 막아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오퍼레이션스포월드컴패션(OWC)의 제이슨 로 부회장은 크리스천포스트에 이라크가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자치 지역으로 나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라크가 세 국가로 분열될 것이라는 전망은 다른 이라크 지역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제시되고 있다.

로 부회장은 "이러한 분열만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해결안으로 보인다"며, "분리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된다면 이는 불행한 일이지만, 그래도 다른 해결안이 달리 없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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