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교육정책, 공공성과 자율성 조화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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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saoh@cdaily.co.kr
박상진 교수, "자사고 폐지보다 건강한 정착 노력 필요"
박상진 교수

전국 17개 지역 중 13개 지역에서 당선된 진보 교육감의 시대, 기독교교육가들과 기독교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새 교육감 시대에 예견되는 교육의 방향성을 논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18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진행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 교수) '새로운 교육감의 교육정책과 기독교학교교육' 세미나에서 '새 교육감 시대의 기독교학교교육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먼저 "금번에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보수진영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채 난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며 "또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것이 교육감 선거 결과에 얼마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고 했다.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가 명문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존재'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자녀들이 즐겁게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상진 교수는 진보 교육감들의 중요한 교육 정책으로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의 확장, 교육의 공공성 확대를 꼽았다.

그는 "(자사고에 대한)진보진영의 비판은 평준화 정책으로 인한 획일적인 교육을 탈피해 다양성 있는 교육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취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며 "오히려 자사고의 출현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미리 선발하여 교육하는 '특권교육'이 이루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국제고, 특목고, 자사고 등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만 일반고에 진학함으로 일반고의 정상적 교육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고 했다.

또 계층 간의 위화감, 입시위주의 교육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이 자사고 폐지를 지지하는 이유들이라고 했다.

박상진 교수는 "사립학교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학교인데 굳이 '자율형'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은 기존의 사립학교가 자율적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며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실시된 평준화 제도로 인하여 사립학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사립학교도 자율성을 상실한 채 공교육 체제 속에 편입된 것이다. 소위 '공립대체사립학교'로서 준공립화한 것이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자사고 폐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평준화 제도로 인해 사립학교가 원천적으로 존속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나마 (자사고가)사립학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사고의 폐지보다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했다.

또 "자사고가 본래 취지대로 획일적인 교육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성 추구가 이루어지는 학교가 되어야 할 것이다"며 "기독교학교가 종교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실제적으로는 입시위주의 교육을 보다 강화시킨다면 자사고 폐지론자들에게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해주게 될 것이다"고 했다.

그는 "현재 자사고 정책이 시행된 지도 불과 3-4년 밖에 되지 않았고 그 수도 전국 고등학교의 2.1% 밖에 되지 않는다"며 "자사고의 존폐를 논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자율고 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점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입장을 떠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진보 교육감의 중요한 교육 정책 가운데 하나인 '혁신학교의 확장'에 관해 말하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이런 혁신학교(초등학교)는 각종 시험이 없어 경쟁시스템에서 아이들이 벗어난다. 적어도 초.중학생은 학교 수업이 즐거워야 하는데 토론과 참여수업이 강점인 혁신학교가 이를 만족시킨다. 현재 서울 혁신학교는 67곳인데 이를 200곳 정도로 늘려볼 생각이다"고 말한 것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학생 각자의 창의성과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 배양과 공동체성 함양을 위해 혁신학교 확대가 필요하다고 찬성하는 입장과 아직 교육적 효과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고 특정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에 불과하며, 입시가 존재하는 한 혁신학교는 현실을 무시한 교육이라는 한계를 갖는다고 반대하는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교육 안에서 챠터스쿨이나 혁신학교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이를 더 자율성을 갖고 추구할 수 있는 대안학교나 자율형 사립학교, 그리고 일반 사립학교의 존재 의의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며 "정부가 획일적인 교육을 일방적으로 시행하려고 하지 말고 다양한 교육적 시도가 가능하도록 다양성과 자발성을 격려하고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고 했다.

'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관련해서는 "특권층을 위한 교육에 해당된다고 생각되어지는 국제중 폐지를 비롯해 자사고 폐지, 고교 선택제 축소, 무상급식이나 무상교육의 확대, 유아교육 공교육화 등은 교육의 공공성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교육 공공성 확대의 일환으로 사립학교의 비리 척결을 강조하며 사립학교 운영평가제, 교원인사위원회를 통한 교감 선출, 사립학교 교원 공동선발제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육의 공공성 확대는 복지를 중요시하는 이 시대에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면서도 "이것이 자칫 국가주도적인 교육으로 나아감으로써 교육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고 개인이나 학교의 교육의 자유를 제한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 시민사회에서 개인이 자신의 신념대로 자녀를 교육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고도 했다.

박상진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자율성과 공공성의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의 근간을 이루어 온 자유 민주주의에 기초한 미국 교육제도와 최근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는 사회민주주의적 북유럽식 교육제도를 잘 절충하고 통합하여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교육모델을 형성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이번에 진보 교육감이 압도적으로 당선되었지만, 실제적으로 득표수를 분석해보면 보수적인 교육정책을 지지하는 표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며 "당선된 교육감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서 교육정책을 시행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것보다는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30-40%의 자신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만이 아니라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들의 의사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며 "수도권인 서울, 경기, 인천 지역만 보더라도 투표에 나타난 민의는 진보적 이념의 교육정책보다는 보수적 이념의 교육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고 했다.

박상진 교수는 "진보, 보수의 진영 논리를 벗어나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며 교육의 사안별로 진보와 보수를 적절히 구별하여 적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교회도 교육정책에 대해서 보수 또는 진보의 어느 한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이슈별로 진정으로 기독교적 가치관에 근거한 교육 그리고 국민을 위한 교육이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하며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진보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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