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칼럼] 중동 분쟁은 종교간의 갈등인가·종말의 상징인가?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정진오 목사(미국 시온루터교회 한인 담당목사)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힘없는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집트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양측의 분쟁이 더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과 유대교를 포함한 기독교간의 종교간의 전쟁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이를 요한계시록 16장에 나오는 아마겟돈 전쟁으로 해석하며 지구 대 환란과 주님의 재림이 임박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며칠 전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 미국 교우 한 분이 이런 질문을 했다. 이번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은 그간 이슬람의 테러와 기독교 탄압에 대한 신의 심판이라고 여겨지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인터넷을 보니 한국의 젊은 기독교 청년들은 이번 중동 분쟁을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력과 테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유대인 학살의 직접 피해자가 이번에는 반대로 팔레스타인을 살해하는 가해자가 되었다며 비판했다.

왜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분쟁하는가? 이번 분쟁을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마스란 '이슬람 저항운동'이란 뜻으로, 회교 원리주의 조직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옛 영토에 이슬람을 통치원리로 하는 이슬람 국가 설립을 목표로 하는 정치단체다. 이스라엘과 서방에서는 테러단체로 간주하지만, 사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정당한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정치집단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하마스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다. 하마스의 통치 원리, 곧 팔레스타인 옛 영토에 이슬람 국가설립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현재 팔레스타인 영토에 세워진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더구나 군사력으로 무장하고 있어,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기에 언제라도 기회가 된다면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를 무력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서방세계가 테러단체로 낙인을 찍은 하마스가 사실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선거를 통해 정당한 권력을 획득한 정치집단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주민들은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일까? 실제로 무장투쟁의 이미지는 하마스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하마스의 주된 역할은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 학교, 유치원, 고아원, 의료시설 등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원하는 자선기구에 맞추어져 있어 지난 선거에서도 전통 정치세력을 몰아내고 권력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하마스가 마냥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한인 회장 이강근 박사에 의하면, 하마스 주요인물들은 수백 억 재산가들로, 가자 지구 인구 38%가 굶주리고, 실업률이 40%에 육박하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가자 지구의 모든 유통과 경제를 통제하면서 지하경제의 모든 이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랍국가들로부터 들어오는 엄청난 지원금을 독점하며 호위 호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분쟁의 이면에는 이번 기회에 가자 지구에서 무장 단체 하마스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싶은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과,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부각시켜 아랍 세계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확실한 정치 세력으로 부각하고자 하는 하마스의 정치적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자 이집트가 중재에 나섰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이집트 중재안을 수용한 반면, 하마스가 이 중재안을 거부해 휴전에 이르지 못했다. 그럼 왜 하마스는 이집트 중재안을 거부하는 것일까?

사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휴전을 해도 큰 손해가 없다.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휴전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더 이상 무시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반면 하마스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를 풀어야 하는데, 이스라엘이 이를 허락 할 리가 없다.

사실 현 이집트 대통령 엘시시는 이집트와 가자 지구를 연결하는 라파 국경을 봉쇄한 인물이다. 라파 국경은 가자 지구에 중요한 밀수 통로로 가자 지구의 생필품과 식료품 대부분이 이 라파 국경 근처의 땅굴을 통해 밀수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을 저지한 인물이 현 이집트 대통령이다. 그러니 하마스 입장에서는 최소한 이집트 라파 국경 쪽으로라도 봉쇄 해제라는 결과를 얻지 않으면 큰 위험을 감수하고 무력 충돌을 일으킨 명분이 없어진다. 아니면 최소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팔레스타인 포로를 석방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러한 휴전을 위한 명분이 없이 이집트 중재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하마스는 무장 테러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서약과 이스라엘의 국가 존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가자 지구 정치 세력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가자 지구 봉쇄를 푸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양측의 정치 지도자들이 이것을 용납할 리 난무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은 이슬람과 유대교를 포함한 기독교의 갈등도 아니고, 성서에 나오는 종말의 상징인 아마겟돈의 전쟁도 아니다. 더구나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번 분쟁은 자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인 이익과 명분에만 매달리는 양측의 정지지도자들에게 그 원인이 있다. 생명이 죽어가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타산에만 매달리는 정치지도자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지금의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비단 오늘 만의 일이겠는가? 복음서에서도 예수께서는 율법과 정치적 이득에 매달려 생명을 살리는 일을 경시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을, "안식일에 생명을 구하는 것과 멸하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며 꾸짖기도 했다.

예수님의 말씀은 그 어떤 법과 원칙도 생명을 구하는 일보다 앞설 수 없다는 말씀이다. 양측 정치 지도자들의 이런 애꿎은 이익 싸움에 가장 힘없는 민간인들만 희생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든 생명을 해치고 얻은 결과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속히 양측이 휴전하고 분쟁을 끝내야만 한다. 더 이상 힘없는 아이들과 민간인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기독교인들도 이번 분쟁을 잘못 왜곡해서 이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생명은 살아야 한다. 중동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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