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규모 신규교원의 미발령 사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예퇴직 수당에 대한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명예퇴직 수당 예산 부족으로 시·도교육청의 명퇴자가 급격히 줄면서 그 여파는 대규모 신규 교원 미발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보형 교육부 지방교육재정 과장은 20일 "명퇴 예산부족 등으로 명퇴자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도교육청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허용해 주기로 결정했다"며 "명퇴를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건비가 줄고 신규 교원 미발령 사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7개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총 등에 따르면 임용고사에 합격해 놓고도 임용을 대기 중인 예비교사는 모두 5482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7월 기준으로 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중 53명만 발령받았고 937명은 대기 중이다.
또 경기도 1238명, 부산 247명, 대구 350명, 인천 154명, 광주 265명, 대전 218명, 울산 61명, 세종 238명, 강원 220명, 충북 160명, 충남 91명, 전북 374명, 전남 271명, 경북 238명, 경남 370명, 제주 50명이 임용대기 중이다.
교육부는 애초 지방채 발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인건성경비'는 지방재정법상 지방채 발행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이다. 때문에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는 대신 추경예산편성시 명퇴수당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해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올 하반기 명퇴 신청자가 늘어난 데다 대규모 신규교원 미발령 사태가 해소되지 않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8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8236명(가집계)이다.
'지방재정법' 제11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지방자치단체에 항구적 이익이 되거나 긴급한 재난복구 등의 필요가 있을 때에는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다. 또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9조에 따르면 주민의 복지증진 등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에는 지방채 발행이 가능하다.
이보형 과장은 "항구적 이익이 있거나 주민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며 "명퇴를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건비가 줄어들을 수 있고 신규교원 미발령 사태도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명퇴자를 대신해 신규교원 채용에 따른 소요 예산액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본 결과 교원 1명이 명퇴를 하게 되면 첫 해에는 1억3000만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5년차부터 인건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연금은 제외된 액수라 이득이 발생하는 시점은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낸 보통교부금 명퇴 예산을 초과해 집행한 경우에는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라 '전전년도 명예퇴직 교원 및 교육전문직원 수'에 따라 명예퇴직비를 산정해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명퇴 예산을 다른 사업비로 활용한 시·도의 경우 올해 지방채 발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명퇴 수당을 마련하지 못해 실제 명퇴 교원이 적을 경우 2016년에는 예산을 지원받기가 더 힘들어진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의 경우 명퇴수당으로 배정된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이 불가능하다"며 "이들 교육청은 2년 뒤인 2016년 예산 배정이 더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질병 등의 이유로 명예퇴직을 신청해도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수용하치 못하는 것은 개인이나 교육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안정적인 명퇴수당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직예산으로 처리해 다른 사업비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예산 편성 등은 교육감이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어 자율권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부는 명퇴 수당을 늘리는 것이 교원의 사기진작, 신규교원 미발령 해결 등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명퇴를 신청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모두 받아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의 명퇴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공무원연금액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며 "암투병과 같은 질병이나 의욕상실 등으로 인한 명퇴는 당사자와 학생들을 위해서 받아주는 게 맞지만 공무원연금액 축소로 신청한 사람까지 다 받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