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시간으로 21일 기업의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19일 밝혔다. 이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동성애자 고용을 거부하더라도 이를 예외로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 동안 '고용차별금지법안(ENDA=The Employment Non-Discrimination Act)'의 의회 통과를 촉구해 왔으며, 이 법안은 지난해 민주당이 지배적인 상원에서는 통과됐으나,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표결에 부치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놓은 것은 대통령 권한을 동원해서라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먼저 바꿔 동성애자에 대한 고용 차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국 내에서는 ENDA에 종교적 예외를 허용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여론의 분열이 있어 왔다. 미 상원은 ENDA를 통과시키면서 이 법안이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의 종교적 예외 조항의 대상이 됐던 기업, 단체, 교육 기관 등에는 그대로 예외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권법은 인종과 성, 종교와 출신 국적에 따라 고용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미국 보수주의 진영은 이러한 예외 조항에 찬성해 왔으며, 자유주의자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종교적 예외를 두는 것이 법안으로 인한 종교자유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이를 지지해 왔다. 전미복음주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대정부 담당 부회장 갤런 캐리는 뉴욕타임즈에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 강제력을 동원하기보다는 종교적 기업에 대한 관용에 더 힘을 싣는 리더십을 보인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당시 종교 분야 자문을 맡았던 마이클 웨어(Michael Wear) 역시 최근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강력한 종교적 예외 조항 없이는 ENDA와 같은 법안들은 공공의 선과 국가적 연합, 그리고 종교자유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에는 이러한 종교적 예외마저도 빠져 있어 신앙에 기반해서 운영되고 있는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총 2만4천여 업체의 8백만여 명의 피고용인이 영향을 받게 된다. 동성애자 고용 차별을 금한 행정명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나온 바 있으나, 부시 대통령의 경우에는 종교적 예외를 명시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재선 당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취임 이래로 지속적으로 동성애자를 포함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들의 법적 권리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도 이성결혼과 동일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미군 내에서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군인과 그 동성 배우자가 복리후생에 있어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