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총회장 김동엽) 사무총장 이홍정 목사가 17일 자신의 SNS에 "교회정치문화의 쇄신을 희망한다"는 글을 남겨 관심을 모았다.
이홍정 목사는 먼저 "영국교회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탈(脫) 교회화의 상황 속에서, 전통제도교회의 갱신과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만들기 위해 설계한, '신선한 표현들'(Fresh Expressions)이라는 교회운동이 있다"고 설명하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비 기독교인들의 실제적 삶과 접촉하고, 그들의 삶 속에 복음을 담아내기 위해 새로운 문화형태를 지닌 창조적 복음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현장중심, 사람중심의 새로운 교회모델 만들기 운동"이라며 "이 운동의 이론가요 실천가인 마이클 모이나흐(Michael Moynagh)는 운동의 가장 큰 장애가 다름 아닌 전통교회 안에 형성된 문화, 특별히 정치문화라고 일갈한다"고 전했다. 사람들의 삶의 구체적인 상황과 문화에 복음의 뿌리내리기 위한 새로운 변화의 '꿈'을, '아침식사' 삼아 '먹어버리는' 교회정치문화의 쇄신이 없는 한, 변화를 모색하는 여정은 지난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번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한국사회의 정치문화가 지닌 모순된 구조와 이를 기반으로 시민들의 민주적 소통과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는, 권력의 비열한 통제시스템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고 말하고, "시민들의 생명과 삶의 안전보다는 권력 시스템의 안전을 먼저 염려하는 정치문화가, 이른바 수많은 영역들을 주도하는 '마피아'식 헤게모니집단들의 권력의 관계망 속에 깊이 내재되어 재생산되고 있다"며 "정치문화의 '야만주의'가 생산과 재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세대를 넘어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그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세월호 참사 사건에 내재된 것과 매우 유사한 권력 시스템이 교회정치문화에도 예외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먼저 교회 안에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의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게 만드는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힘'이, 전통과 통치질서라는 이름 아래 자리잡고 있다"며 "이는 주로 교단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권력의 통제와 지배를 통해 나타나는데, 이를 주도하는 헤게모니 집단들에 의해 형성된 집단적 이기주의가 바로 그것"이라 했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목적으로 동원된 지역주의, 학연주의, 금권주의 등의 분파주의에 매몰된 집단들이 권력의 망을 형성하고, 적절하게 권력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재생산의 기제들을 만들며 상호기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이들이 원칙과 절차적 정의를 지키며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대신, 빛 좋은 개살구와도 같은 개혁의 구호들을 표면적으로 내세운 채, 정치적 선동과 진영논리에 입각한 정치적 편들기와 도구화된 언론을 통제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실상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창출한 권력의 의사결정 조직들이 정책적 결단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안전과 이익을 보장하는 정치적 처세를 하도록 조정한다"며 "의사결정과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조직의 주요 구성원들은 이미 권력의 재생산 과정에 깊숙이 편입된 채, 진영논리에 사로잡혀 실체적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왜곡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의 관철을 우선시하는 처세를 하게 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한 사회가 어떤 정치문화를 생산하고 전달하는가는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말하고, "교회가 지속적으로 '야만적' 정치문화의 속성들을 재생산하고 이를 전달하고 거기에 포로가 되어 있는 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을 통한 공감대 형성과 교회의 일치와 친교와 통합의 기반은 약화되고, 결국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고 하신 예수님의 정치학의 원리가 교회의 정치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득권자들의 회개와 내려 놓음을 가능하게 하는 수평적 소통구조의 활성화를 통한 정치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홍정 목사는 "오늘 한국교회의 정치문화의 현주소는 어디이며, 그 '야만성'의 정도는 어떠하며, '나'의 정치적 좌표는 어느 지점쯤에서 맴돌고 있는가"라고 묻고,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한 단원고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이름표를 매달고 그들의 이름으로 국회를 향해 행진했다"며 "세월호 참사의 배후에 있는 권력의 망을 고발하며 온 몸을 던진 것인데, 그들의 발걸음에 짓밟히는 한국교회의 모습이 함께 환상으로 다가와 곤혹스럽다"고 했다.
또 "지금도 수구적 기득권자들의 아침식탁에서 먹거리로 삼켜지고 있는,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희망의 씨앗들을 향해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그 변화의 씨앗들은 끝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라며 "이것이 신앙 안에 있는 희망의 역사요, 역설이요,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의 본질인 것을 믿기 때문"이라 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면서.
한편 이홍정 목사는 최근 웨일즈 카디프에서 열린 영국연합개혁교회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해 연설하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그는 "7월에 영국을 방문한 것은 16년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