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모스크 등 종교 시설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파괴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타지키스탄 정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이들 세 국가의 정부는 각각 100여 개 이상의 교회를 파괴한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는 이밖에도 종교 시설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낳은 무단 수사나 재산 압류 등의 사건들에 대한 정보 역시 분석했으며, 그 결과 이들 세 국가의 정부를 지목했다고 밝혔다.
CIA 월드 팩트북(CIA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중국에는 52.2%의 인구가 아직 종교적으로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18.2%가 불교도이고, 5.1%가 기독교인이다. 같은 자료에서 러시아 인구 가운데 15-20% 가량이 러시아 정교회를 따르고 있으며, 10-15%는 무슬림, 2%는 다른 교파의 기독교인이다.
이는 신앙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는 종교인들의 수를 집계한 것으로, 신앙 생활을 하지 않지만 특정 종교의 신앙을 가지고 있는 인구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지키스탄의 경우 인구의 85%가 수니파 무슬림이며, 5%가 시아파 무슬림, 그리고 나머지 10%는 다른 종교를 믿고 있다.
중국·러시아·타지키스탄 다음으로 종교 시설이 가장 많이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나라로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파키스탄, 앙골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이 지목됐다. 이들 나라들에서는 최소 10개에서 최대 99개 종교 시설이 2012년 한 해 동안 파괴되거나 훼손됐다.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는 "종교 시설에 해를 입히는 일이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지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이기는 하지만, 정부에 의한 종교 시설 훼손과 파괴는 전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의한 종교 시설 파괴가 가장 적게 보고된 나라들은 북미와 남미 지역에 분포되어 있었으나,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예외였다.
한편, 퓨리서치센터는 종파에 상관 없이 다양한 종교가 이러한 정부 주도의 시설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보고서는 레바논에서 유대교 회당이 건축 중에 파괴되거나, 파키스탄에서 힌두교 사원이 군대에 의해서 철거되고, 인도네시아에서 불교 사원과 기독교 교회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압력에 의해서 강제 폐쇄된 사건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중국 정부를 종교 시설에 가장 많이 피해를 입히는 정부로 지목한 퓨리서치센터의 이번 보고서는 최근 중국 저장성 지역의 교회 파괴가 세계 교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가운데 나와 더욱 주목된다.
최근 외신들을 통해 저장성 당국이 지역 내 교회 확산과 기독교 지도자들의 영향력 강화를 막기 위해 교회 건물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으며, 이에 저항해 교회를 지키려는 교인들의 노력 역시 알려지고 있다.
중국 인권단체인 차이나에이드(China Aid)의 밥 푸 회장은 AFP에, "당국의 고의적인 교회 파괴는 이 지역의 급속한 기독교 성장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일은 중국 교회에 오랜 시간 치유가 필요한 상처를 남길 것이고 중국 교계와 정부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