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수세기 금기 깨고 여성 주교 허용

전통주의자 반대에도 불구... 대화 노력 통해 얻은 결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앞줄 맨 오른쪽)와 사제들이 14일(현지시간) 제너럴 시노드(총회)로 함께 향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여성 주교직을 허용하는 역사적인 투표가 이뤄졌다. ⓒAP/뉴시스.

영국성공회가 여성에게 주교직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 왔던 금기를 깬 이 역사적 결정은 14일(현지시간) 열린 제너럴 시노드(총회) 투표 결과 여성 주교 허용안이 통과되면서 이뤄졌다. 영국성공회는 여성이 고위 사제직인 주교직에 오를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전통주의자와 개혁주의자 간에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었다.

영국성공회는 2년 전 총회에서는 전통주의자 평신도들의 반대로 인해서 여성 주교 허용안이 근소한 표차로 인해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달랐다. 5시간여 동안 이어진 토론 이후 치러진 투표에서는 허용안이 압도적인 찬성표 속에 통과됐다.

여성 주교 임명 허용을 지지해 왔던 영국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오늘은 20여년 전 여성 사제를 임명하면서부터 시작된 일들이 완성된 날"이라며, "오늘의 결실이 기쁨을 안겨준다"고 밝혔다.

영국성공회는 1992년부터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해 왔다. 총회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이래로 개혁주의자들은 여성이 주교직에까지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해 왔고, 전통주의자들은 이에 맞서 왔다. 웰비 대주교는 이날 아직도 남아 있는 양측의 갈등을 염두에 둔 듯 "아직 일부 경우에는 의견의 불일치가 있겠지만, 오늘은 상호 간의 번영을 모색하는 위대한 여정을 시작하는 날"이라고도 전했다.

개혁주의자들은 여성에 대한 주교직 허용을 통해서 교세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많은 세속적 국가들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비판 받는 교회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전통주의자들은 이러한 변화는 사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교회의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보여 왔다.

한편, 세계성공회에서의 여성 주교 허용 현황 역시 개혁주의 성향이 강한 북미와 전통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교구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교구에서 여성 주교가 이미 배출되어 있는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에서는 여성이 아직 사제가 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영국성공회의 여성 주교직 허용은 세계성공회 본산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웰비 대주교에 따르면 영국성공회의 첫 여성 주교는 내년 초에 임명될 예정이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영국성공회의 이번 결정을 반기며, "이는 영국성공회 역사에서 분수령과 같은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영국 사회를 보다 공평한 사회로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매우 큰 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 주요 직책은 여전히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 주교 허용은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성공회는 2012년 주교단과 사제단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평신도들의 반대로 여성 주교 허용안이 기각된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한 교단 내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위원회를 창설했고, 올해의 허용안 통과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도 여성 주교에 반대하는 교구들과 대화와 중재를 통해 갈등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영국성공회 #저스틴웰비캔터베리대주교 #여성주교 #성평등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