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쇼핑몰에 들렀다가, 우연히 사무실 문 앞에 써있는 'Associate Only'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문득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생각해 보니 "관계자들만 들어오세요" 라는 다소 포용적인 의미이다. 즉 'Only'는 관계자들이라는 직책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이 말이 한국말로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번역된다. 이럴 때는 관계자 이외의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출입금지' 라는 말이 강조된다. 사실 비슷한 의미 같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 뉘앙스에서 큰 차이가 난다. 상당히 포용적인 의미를 갖는 영어 의미가 한국말로 번역되면서 다소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종교개혁가 루터가 말하는 '오직'(Sola)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믿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믿음'에 강조점이 있다. 즉, 하나님 나라는 믿음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많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간혹 이것을 '믿음 이외에 다른 것 일체 금지'라는 매우 배타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 할 때가 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마치 믿음 이외에는 그 어떤 선한 일들이나 도덕적인 행위들, 또는 사회적인 문제들에 무관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오직 믿음'이라는 말은 믿음이 언제나 중요하다는 그 중심성을 의미한다. 그것은 믿음 이외에 인간의 선한 행위나 인간의 노력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는 믿음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선한 일들을 행한다고 믿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참되고 진실된 믿음만이 우리로 하여금 선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성경은 이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마 7:18)
이 '오직 믿음'은 또한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믿음을 말한다. 그것은 불의와 부조리 앞에 침묵하고 순응하는 믿음이 아니라, 죽음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믿음이다.
1521년 루터는 보름스 의회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 이제 사형언도를 받으면 곧바로 처형된다. 루터는 성서에 대한 자신의 절대적인 믿음에서 한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루터는 지금까지의 개혁적 주장을 철회하라는 요구에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성경에 대한 확신 없이는 교황이나 교회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 성서와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 내 양심은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철회 할 수 없습니다. 주님 제가 여기 서 있습니다. 오 하나님! 저를 도와주세요!"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믿음 있는 자를 찾으신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 하시니라"(눅 18:8). '오직 믿음'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