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타니즘의 작은 골목, 큰 골목 누벼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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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신학
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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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 교수,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서 초청 강연
강남순 교수가 '21세기, 코스모폴리터니즘과 종교'를 주제로 강연했다.   ©오상아 기자

지난 8년전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하고 있는 강남순 교수(Texas Christian University, Brite Divinity School, WOCATI/세계신학교육기관협의회 회장)는, 14일 오후 7시30분부터 2시간여 서대문구 안병무홀에서 진행된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 강연자로 초청돼 '21세기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를 열며 그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을 배우면서 얼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너는 백인이니까 흑인이니까 덜 존중되어야된다든지 저주받아야 된다든지 하는 이런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얼굴이란 건 소유를 저항한다는 표현을 한다"며 "저는 코스모폴리터니즘의 가장 중요한 시작을 얼굴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의 언어로 따지자면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의 자녀로 창조 받은 사람이라는 것, 그게 사실은 코스모폴리타니즘이 보는 시각이다"고 했다.

그는 "담론이나 인물을 만날때 매스터(master)한다든지 모두 알아야 한다든지 그런 생각조차 하지 말기를 바란다. 불가능하고 무의미한 일이다"며 "한 도시를 알아가는 것이 그곳의 작은 골목 , 큰 골목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듯이 인물이든 담론이든 자기 정황에 맞게 작은 것들 하나씩하나씩 알아가는 것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코스모폴리타니즘과 데이트하는 마음으로. 그동안 제가 가졌던 데이트 감정을 나누는 자세로 어떻게, 왜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는가부터 문을 열겠다"고 했다.

그는 "드류대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초학제간컨퍼런스에서 소위 '삼위일체' 중 한 사람으로 불리는 가야트리 스피박의 사상과 연계된 발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 요청을 받을때는 한국에서 이런저런 씨름을 많이 할때이다. 그러는 와중에 2006년 7월 31일 미국대학에 임용됐고 컨퍼런스가 2007년에 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피박의 책을 읽어보니 그가 우주적 사랑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영어로 하면 플래니터리 러브(Planetary love)이다"며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정말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마치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 같잖아요"

강 교수는 스피박의 책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고 했다.

그는 "스피박이 유명해진 계기가 난해하기로 유명한 자크 데리다의 책 '그레마톨로지'를 영어로 번역하고 거기에 쓴 긴 서론 때문이다. 그 서론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며 "스피박은 인도의 여자 영문학자로 콜롬비아 대학의 영문학 교수이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강남순 교수는 "그 사람 글은 난해하다"며 "데리다처럼 난해하진 않지만 단어 하나에 많은 뉘앙스를 가진 언어를 많이 쓴다"고도 했다.

"데이트 하려면 쑥 빠져야 되잖아요"

그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여러 이해들이 있겠지만 그 개념이 나온 것는 그리스철학자들의 얘기다"며 "특히 많이 전해지는 얘기로는 디오게네스가 '당신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코스모스(Cosmos)에서 왔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는 이야기이다"고 했다.

강 교수는 "그는 당시 폴리스라는 한 도시 중심의 사유방식에서 그 사유를 넘는 것을 얘기했다"며 "그래서 정체성, 소속을 새롭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또 "코스모폴리타니즘은 스토아학파들에 의해서 꽃을 피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세네카 등 학자들이 발전시킨다"며 "이런 사람들은 인간은 늘 두 종류의 소속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자기들이 태어난 곳이고 또다른 하나는 태양에 의해서 만들어진 공동체이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가 우주적 시민(cosmic citizenship)이라는 개념이 스토아학파로부터 꽃피기 시작한다"고 했다.

그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아이디어가 그리스철학에서 나왔다가 다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이 칸트이다"며 "민족주의라는 것이 부상할 때 칸트는 민족적 개념을 넘어선 인간의 권리를 얘기했다. 그런 의미에서 칸트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을 다양한 정치의 영역,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 권리의 문제로 본격화시킨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순 교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이 가진 두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 하나가 나 아닌 타자를 같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다"며 "코스믹 시티즌십이라고 하는 것이 되면 타자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피부색, 국적 등의 조건이 아니라 사실 다 동료 인간이구나 하고 보게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모두가 다 하나님의 자녀라고 하는 그것이다"며 "만약 어떤 특정한 국적만 존중돼야 된다면 국적 없는 사람(Stateless people)의 권리는 어떻게 할것인가 하는 것 때문에 임마누엘 칸트는 코스믹 시티즌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지구의 표면 위에 거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주어져야한다는 굉장한 선언이다"고 했다.

강남순 교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의 두번째 조건은 평등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며 "이 두 가지가 코스모폴리타니즘의 어느 분야에서든지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스모폴리타니즘에 대한 오해가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여러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음식도 맛 봐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구체적인 상황에 자기 연계는 하지 않는다"며 "그런 코스모폴리타니즘이 아니라 정의, 경제의 문제에 있어 지리적, 국적의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제가 관심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이다"고 했다.

강남순 교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딜레마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자크 데리다라고 하는 사람 때문에 유명해진 개념인데 '더블 바인더(Double Binder), 두 축이라고 해석된다. 그런데 그러면 그 개념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어야하는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런데 코스모폴리타니즘이 얘기하는 것 중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인간이 평등해야 한다는 이상은 예수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말한 것처럼 불가능한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교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며 "저는 끊임없는 불가능성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데리다의 책에서 그가 인용한 글들을 보면 우리가 어딘가를 간다고 할때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고 쓸 수 없는 것을 쓰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며 "성경에서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 용서이고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것이 사랑이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가 얘기하는 이웃사랑 원수사랑의 핵심이 뭐냐? 사실은 몽땅 다 사랑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처럼 급진적인 불가능성이 없다"며 "예수는 이웃과 원수라고 하는 것의 경계를 해체하고 넘어서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강남순 교수는 "더블 바인더 속에서 필요성과 불가능성 사이에서 종교인이라는 것은 중간에 있는 존재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라고 말하며 "더블 바인더에 직면해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이 땅에 하나님나라는 오지 않는다는 냉소도 있을 것이고 굉장히 패배주의적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두축 사이에서 씨름하는 것이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실정법과 자연법을 얘기하는데 실정법이라고 하는 것은 언제나 제한과 한계가 있다"며 "종교라고 하는 것은 실정법 너머에서 모든 사람의 평등성을 지향하는 것이다"고도 했다.

또 "종교가 가진 두 가지 사명 중 하나는 인간의 의미 물음을 끊임없이 반영해야 하는 것, 또 하나의 과제는 타자에 대한 책임성이다"고도 했다.

그는 "인간이 의미 물음을 하기 때문에 예술, 문학이 있고 다양한 글쓰기를 한다"며 "칼 막스가 계급간 갈등이 사라지면 종교가 사라진다고 했는데 칼 막스의 한계 중 하나가 인간이 의미물음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는 이상은 종교는 영성의 이름으로 다시 등장을 한다"고 했다.

종교의 책임성에 대해 강남순 교수는 "그것이 아니라면 종교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교회나 종교라고 하는 것이 이 두 물음에 어떻게 현대 정황에 맞게 답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있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 뿐 아니라 불교도 그렇고 이름만 다르지 추구하는 것이 너무 비슷한 것이 많다. 다 자기 복 받고 성공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요지다"며 "그래서 각기 다른 옷을 입었지만 추구하는 것은 소위 자본주의화된 성공주의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강남순 교수는 "코스모폴리타니즘은 그런 의미에서 종교를 훨씬 성숙하게 만들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코스모폴리타니즘은 저 개인적으로도 삶의 의미 물음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들에 대화하고 소통하는 친구가 되어 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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