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는 한국이 미국 주도의 신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편승해 농지·에너지 약탈부터 저임금 노동 착취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최근 서울시 중구 을지로2가 향린교회에서 열린 길목협동조합 제13회 월례강좌에서 "친미성향이 거의 내면화돼 있는 한국 지배자들이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미국 등 중심부 자본에 한국의 고수익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 주도의 신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편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한국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류 제국'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일종의 '아류 제국'으로서 농지·에너지 약탈부터 저임금 노동 착취를 하고 있다"며 "세계의 주변부에서 또 하나의 '작은 식민모국'으로 군림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가했다.
박 교수는 전 모스크바 대학과 러시아 국립인문대학 강사로, 현 (사)평등사회노동교육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들의 대한민국>,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후퇴하는 민주주의> 등이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아류제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라는 강연을 통해 "한국식 신자유주의는 끊임없는 외자 유입을 전제로 하는 만큼 종속형 신자유주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외국자본이 노리는 고(高)이윤을 가능하게 만드는 착취적 하도급 구조와 비정규직들에 대한 차별, 전체적인 고강도·장시간 노동 구조을 갖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제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자본과 통치자들의 승승장구의 대가는, 국내외 노동자들의 피땀"이라며 한국기업의 고이윤 추구 뒤에 숨어있는 어두운 모습들을 들춰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선 한국 자본의 피해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결국 한국 자본의 국내외 피해자들이 그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아류 제국의 통치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캄보디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지에서의 한국 자본의 피해자들을 단순히 동정하지 말고, 그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는 해외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의 부끄러운 모습들도 전했다.
그는 "'한국식 노무관리' 백태가 또 하나의 '한류'(?)처럼 한국계 기업들이 가는 곳마다 번져 현지인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기업은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최악의 가해자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에서 현지 노동자들에게 매우 적은 임금을 강요하고, '대들기'만 하면 바로 무력진압이 벌어지게끔 하는 식으로 군림한다"며 "임금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류업계의 경우, 현지 노동자에 대한 구타가 역시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한국 기업은 명목상 '해외자원 개발'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해외 자원 약탈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에너지 집약적 제조업 위주의 한국 산업구조의 특수성 차원에서는 '해외자원 개발', 즉 세계적 규모의 자원 약탈전에서의 참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해외 농지도 한국기업에는 약탈의 대상이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교수는 "2008년에 한국기업이 마다가스카르에서 그 농지의 상당부분을 헐값으로 임대하겠다는 '노예계약서'를 체결했다가 그 여파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의 정권이 아예 무너진 사건도 있었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의 '개도국 농지 약탈'은 국제적으로 비판받은 일보다는 잘 노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 자원을 관리하는 해외 정부와 한국 기업들의 유착이 매우 '조용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밖에도 한국기업이 해외 노동자에게 노조 탈퇴서명 강요하는 모습과 언어폭력, 협박, 해고위협까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