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재력가 장부에 현직 검사 이름…檢, 제 식구 감싸나

속속 드러나는 재력가 송모(67)씨의 뇌물 장부 실체에 김형식(44·구속) 서울시의원의 살인교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의심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직 시의원이 연루된 살인 사건을 넘어 정관계와 검·경 인사 로비 의혹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사건의 본질은 살인 및 살인교사"라며 선을 긋고 있어 이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현재 송씨가 직접 작성한 금전출납 장부인 '매일기록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수도권의 한 지검에서 근무 중인 A부부장 검사의 이름과 수백만원의 금액이 적힌 것을 확인하고 돈의 대가성 여부를 조사하는 중이다.

검찰은 현직 시의원의 청부살인이라는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감안, 일주일에 두 차례 언론에 수사 진척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주를 이뤄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선에서 적절하게 사건 진행상황을 공개해 수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대치된다.

오히려 검찰은 "장부와 관련된 언론 의혹 제기나 추측성 보도만으로 수사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언짢은 반응이다.

이를 두고 제 식구를 수사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검찰이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더딘 검찰의 수사 속도를 놓고서는 수사를 하면 할수록 로비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다 김 의원 측이 사사건건 토를 달고 있는 터라 검찰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인이 '함정수사'라며 경찰에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며 일부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에 이름이 적힌) 해당 검사에게 송씨와의 관계에 대해 확인했으나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면서 "지금으로선 김 의원의 청부살해 동기를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며 송씨 장부에 나온 정관계 인사들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9일 수천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0~2011년 사이 선거 자금 명목으로 빌려 간 5억2000만원을 갚으라는 송씨의 압박을 받자, 2012년 말 경기도 부천의 한 식당에서 팽모(44·구속)씨를 만나 빚을 탕감해 줄 테니 송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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