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비극, 세월호 참사로 충분…절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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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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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신부, "인간의 탐욕이 결국 우리를 죽음의 바다로 몰아냈다" 강조; ''공공선을 위한 공권력', '비정상의 정상화', '비상식의 상식화' 요청; "극히 간단한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였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없었을 것"
세월호 참사 이후의 방향에 대해 논의한 이날 토론회가 열띤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   ©이동윤 기자

"이 땅에서 인간의 행위로 말미암은 참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참사는 일상으로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라는 주제로 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김홍진 신부(천주교, 쑥고개성당 주임)가 강조한 말이다. 

김 신부는 이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토론에서 '세월호가 보여준 한국사회, 다시 근본으로'에 대해 발제하며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당일 오전부터 TV를 통해 긴급뉴스를 보고 있었다. TV에서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자막이 큼직하게 계속 보도됐다. 놀라웠고 기뻤다. 하지만 곧이어 생존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아직도 수많은 승객이 선실 안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그 참사의 현장에 과연 국가는 존재했는지 묻고 싶다"고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김 신부는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침몰은 우리 모두의 침몰이며, 생명존중과 안전책임의 윤리를 나 몰라라 했던 인간의 탐욕이 결국 우리를 죽음의 바다로 몰아냈다고 밝혔다.

그는 "침몰의 정확한 진상규명은 아직 모른다 할지라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은 충분했다"면서 "낡은 배를 들여와 무리한 개조를 통해 안전은 뒷전인 채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기업논리, 이를 지탱하기 위해 뇌물과 부정으로 연결된 배후세력 등은 세월호 참사의 내재적 동기가 되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무엇보다 공권력의 야만성과 국가권력의 무능과 무기력함을 지적했다.

김 신부는 정부에 대해서는 ▲책임회피와 무책임으로 일관한 공기관의 공공성의 상실 ▲총체적 국가 위기관리 체계의 형편없는 수준 ▲정부 권력의 무능과 무기력 등을 지적했으며,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서는 ▲황금만능주의에 흠뻑 젖어 있던 우리들의 자화상 ▲생명과 인권 존중보다는 이윤추구에 혈안이 돼 있는 기업 행태 ▲도처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 ▲경제효율성, 수익성, 비용절감이 우선된 안전체계의 부실화 등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공공선을 위한 공권력'을 요청했다.

그는 "파업은 무조건 불법이요, 해고는 합법이 되는 법체계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용되는 세계에서 과연 법의 형평과 정의를 찾아볼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평화로운 평등 세상을 요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비정상의 정상화', '비상식의 상식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김 신부는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이 사회 도처에서 '비정상의 일상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극히 간단한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였더라면 세월호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가장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 규범만이라도 존중되는 사회라면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특히 핵발전소, 한국고속철도(KTX), 지하철 등의 기간 시설들의 안전체계 확립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말로만의 안전이 아닌 실질적인 안전"이라고 역설했다.

또 김 신부는 이제 집단 이기주의를 뛰어넘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잡초를 완전히 제거한 뒤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개인의 탐욕이 아닌 잡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세계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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