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없게 '소를 잃어' 외양간을 고친다고 고쳤는데, 연거푸 소를 잃고 있는 상황이 한국 사회에 계속되고 있다. '생명'을 잃고 또 잃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외양간'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적인 경각심을 일깨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나라와 사회가 거듭나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라는 범종교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8일 오후 2시부터 정동 프란치스코 1층 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거듭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 토론회에서 손 봉호 교수(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지금까지 바꾼 제도, 법, 매뉴얼에 더해 '의식'까지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사고, 대구 지하철 사고를 언급하며 당시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제도도 고치고 매뉴얼도 만들고, 정부부처의 이름까지 '안전행정부'로 바꿨지만 더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제도.법.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고 공직자를 아무리 바꿔놓아도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안전불감증, 생명 경시, 돈 사랑, 부정직과 무책임 등 고질을 고치지 못하는 한 대형사고는 반드시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물리적 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커졌고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다음 사고는 점점 초대형이 될 것이다"며 "이번만큼은 법과 제도의 외양간을 고칠 뿐 아니라 의식의 외양간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뒤떨어진 도덕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는 도덕이라 하면 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규범대로 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그것은 전통적인 종교윤리, 이기주의적인 도덕이다"며 "현대사회에선 모든 사람이 책임윤리를 가져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공공성'이라 했다.
또 "우리 국민들이 이번 세월호 사고의 책임을 분담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책임의식만 느낄게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행동을 하자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요청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사회를 이루어가는 우리 책임에 대해서 분명하게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공공성 회복과 도덕성 회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며 "우리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동력은 공익과 약자를 위해 자신의 시간, 돈, 노력을 바치는 시민들에게서 나올 수 있다"고 희망의 여지를 남겼다.
또 손봉호 교수는 "생명은 돈과 바꿀 수 없다"며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얻은 사람들은 인정받고 정의롭고 올바른 사람들은 무시와 조롱을 받는 이 저급한 풍토를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섬기고 있는 돈 우상'이 사람을 죽였다고 표현했다.
언론매체에도 쓴소리를 던진 그는 "연예계와 스포츠에 쏟는 관심의 10분의 1이라도 생명의 안전과 사회윤리에 기울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시민도 마찬가지이다"며 "우리가 돌팔매질을 하는 공직자.경찰. 선박회사 관계자들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 놓은 괴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동시에 "정부와 공직자와 악덕 회사를 향한 우리의 비판과 끓는 분노는 무섭고 끈질긴 압력과 감시로 나타나야 한다"며 "'관(官)피아'의 고리를 끊는 '김영란 법'은 2011년에 입법예고 됐고 작년에 국회에 상정됐지만 정쟁에 묻혀 있다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서야 재론되고 있는데, 수정안이 아닌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국회위원들은 자신들을 옥죄는 법안을 즐겁게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와 언론이 국회에 압력을 행사해야 통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