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월호, 안전관리부터 사고 대응까지 부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해양수산부·한국선급·해운조합 등의 안전관리·감독 부실과 해양경찰청·안전행정부 등의 미숙한 사고대응 등 총체적 문제점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은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20일까지 세월호 참사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총 50여명의 감사인력을 투입해 벌인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진행 상황을 8일 발표했다.

이번 감사결과는 9일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대한 기관보고를 앞둔 중간발표 성격이다.

우선 사고발생 원인과 관련해 인천항만청은 2011년 9월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의 정원과 재화중량을 변조한 계약서를 제출했는데도 이를 근거로 인천~제주 항로의 증선계획을 가(假)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박 증선은 해당 항로의 평균 운송수입률이 25% 이상 유지될 때에만 인가를 받을 수 있다.

청해진해운은 이같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여객정원은 804명에서 750명으로, 재화중량은 3981t에서 3000t으로 줄여 계약서를 위조했다. 이를 통해 세월호의 인천~제주 항로 평균운송수입률을 24.3%에서 26.9%로 맞춘 것이다.

특히 인천항만청은 이후 세월호 증축으로 여객정원(921명)과 재화중량톤수(3794t)가 변동 돼 운송수입률이 24.2%로 감소됐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2013년 3월 최종 인가를 내줬다.

세월호 침몰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는 복원성 상실과 관련해서는 설계업체가 세월호 경하중량(선박자체무게)을 100t 가량 과소 산정했는데도 한국선급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2013년 1월 '경사시험 결과보고서'를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사시험 결과 세월호의 무게중심이 당초 추정치보다 높게 측정되는 등 세월호의 선박 복원성이 나쁜 것으로 나타나자 설계업체는 승인기준에 맞추기 위해 컨테이너의 개당 무게를 조정, 화물무게를 440t 가량 줄였는데도 한국선급은 이를 그대로 승인했다.

이같은 오류를 반영해 다시 계산할 경우 세월호의 복원성은 기준에 미달한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승인 과정에서는 인천해양경찰청 직원들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인천해경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4일전인 2013년 2월15일 청해진해운의 다른 배인 오하마나호를 공짜로 타고 제주 출장에 나섰다. 제주도 현지에서는 청해진해운 직원으로부터 교통편의와 식대, 주류, 관광 등의 향응을 수수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후 이들은 2월 19일 세월호를 타고 인천항에 도착한 뒤 같은날 세월호 운항관리규정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청해진해운은 규정심사시 제출해야 하는 선박복원성 계산서 등 관련 구비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인천해경서는 서류보완을 요구하지 않았다.

선박 안전운항의 핵심요소를 검증하는데 필요한 선박복원성 계산서 등의 관련 서류도 심사위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등 형식적으로 심사를 진행했으며 위원회가 요구한 12개 보완사항 중 3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세월호에 대한 운항관리규정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초기인 4월 16일 오전 8시 55분부터 9시 27분까지 32분간 세월호와의 교신을 제대로 시도하지 않아 선장이나 승무원을 통한 갑판집결, 승객퇴선 지시 등의 소중한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매뉴얼에 따르면 가용수단을 최대한 동원해 조난선박과 교신을 시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일 현장지휘함정으로 지정된 해경 123정은 오전 9시 3분께 세월호와의 교신에 실패하자 재교신을 시도하지 않았으며 이후 조난통신망으로 세월호가 2차례 호출했는데도 청취하지 못했다.

목포해경은 오전 9시 10분께 선장과 핸드폰 통화만 2차례 시도하고 조난통신망 등을 통한 직접 교신방안은 강구하지 않았다. 진도VTS도 오전 9시7분부터 30분간 세월호와 단독으로 교신해 선내 긴박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지만 목포해경이나 123정에 전달하지 않았다.

특히 목포해경에서 122신고를 접수한 직원은 오전9시4분께 세월호 승무원의 신고를 접수해 선내상황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 승객들이 갑판으로 나오거나 퇴선을 유도하는 등의 초동조치 기회를 잃어버렸다.

122구조대 등이 헬기나 구조함정에 탑승해 출동했다면 구조활동에 보다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었는데도 이동수단 확보에 소홀함으로써 늦게 도착한 점도 확인됐다.

목포 122구조대의 경우 100m 거리의 해경 전용부두에 정박 중인 513함을 놔두고 버스를 이용, 오전 9시13분께 팽목항으로 이동한 후 어선에 탑승해 현장에 나갔다. 만일 정박 중인 513함에 탑승했다면 실제 현장도착 시간보다 1시간여 빠른 오전 11시10분께 도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감사원은 추정했다.

서해해경청 특공대도 탑승가능한 선박이 있는지 확인 없이 오전 9시 35분 목포항으로 이동한 후 쓸 수 있는 선박이 없자 오전 10시 25분께 전남경찰청 헬기를 수배해 출동했다. 출동명령 직후 전남경찰청 헬기에 탑승해 이동했다면 40여분 빠른 오전 10시45분께 도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또 해경은 현장구조작업 과정에서 세월호 좌현이 완전 침수된 9시 53분 이후에도 사고 및 승객대피상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여객선 자체부력이 있으니, 차분하게 구조할 것'이라는 등의 현장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시달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초동대응 미숙 및 상황전파 혼선 등으로 정부불신을 초래한 해수부·해경·안행부 등 관련자에 대해 그 책임을 철저히 규명해 엄중 문책할 예정이다.

해수부, 해경, 안행부 등 관련자 총 40여명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향응수수 등 비리사안에 대해서는 감사과정에서 관련 공무원 11명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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