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ECHR)가 프랑스의 부르카 금지법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0년 제정된 '부르카 금지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이나 눈 부위까지 망사로 가리고 몸 전체를 덮는 부르카를 착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왔다. 이에 20대의 한 무슬림 여성은 이 법이 자신의 종교자유를 침해했다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이 법을 제소했었다. 그러나 재판소는 이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법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프랑스 인구 가운데 조화를 증진하려는 취지에서 합법적이며 유럽 인권협약에 대한 위배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재판소는 "우리는 이 법이 주로 무슬림 여성이라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법이 얼굴을 가리는 효과가 없는 의복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점과, 금지의 근거가 종교적인 이유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 단지 얼굴을 가린다는 이유에 기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원고측인 무슬림 여성은 자신의 이슬람 신앙에 따라 니캅이나 부르카를 공공장소에서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 받고 싶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는 부르카 금지법이 발효되기 시작한 2011년에 유럽인권재판소에 이 법을 제소했으며, 자신이 니캅이나 부르카 착용을 강요당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부르카 금지법에 의해서 프랑스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옷을 공공장소에서 입고 다닐 경우에 205달러의 벌금형을 부과 받는다. 법은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의해 처음 입안됐다.
유럽법과정의센터(European Center for Law and Justice)의 그레고르 퍼핑크 박사는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재판소는 특정 종교적 권리보다는 더욱 보편적인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더욱 비중을 두었기에 이러한 판결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재판소가 종교자유에 관한 기준으로 프랑스의 금지법을 비판할 수도 있었지만 사실상 부르카는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되지 않으며, 여성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에 이 법에는 종교자유 면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퍼핑크 박사에 따르면 유럽재판소는 무슬림 여성들에게 니캅이나 부르카 등의 착용을 요구하는 이슬람 샤리아법이 인권의 존중과는 양립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에는 서유럽에서도 가장 많은 무슬림 인구가 있으며 그 수는 현재 5백만 명 가량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반드시 니캅이나 부르카를 입어야 한다"고 믿는 무슬림 여성 수는 2천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인권재판소는 프랑스 정부측의 주장인 "얼굴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공공장소에서 이를 가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견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최종 판결로 항소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