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법원이 기독교 대학이 피임약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기독교 기업이 직원들에게 낙태 및 피임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방법원의 판결에 이어 나온 것으로, 오바마케어에 대해 기업과 함께 교육기관의 종교자유까지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리노이 주에 소재한 기독교 명문 대학인 휘튼칼리지(Wheaton College)는 사후 피임약 복용은 낙태 시술과 다름 없다며, 피임약에 대한 보험 제공을 반대해 왔다. 연방법원은 4일 지난 4일(현지시간) 대법관 9명 중 찬성 6명, 반대 3명의 표결로 대학측의 이 같은 종교적 신념을 인정해, "피임약에 대한 보험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대학측은 유예 기간 동안은 학생이나 교직원이 플랜B(Plan B)나 엘라원(Ella One) 등 사후 피임약을 처방 받거나 구입하는 데 대해서는 보험 혜택을 제공하지 않아도 벌금 부과와 같은 제재를 당하지 않게 됐다고 크리스천포스트는 보도했다.
다만 이번 결정 이후에도 학생과 교직원은 대학 건강보험으로 피임약을 구할 수 있으며, 대신 학교측이 아닌 보험회사나 제3의 기관이 그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밝혔다.
휘튼칼리지는 피임약이 비록 낙태 시술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명을 해치는 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사후 피임약 역시 생명을 죽이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보험 적용에 포함시키는 것을 거부해 왔다. 대학측은 피임약에 대한 보험 제공을 강요 받는 것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제정된 종교자유회복법안(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에 위배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해 왔다.
이 날 반대 의견을 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등 진보 성향은 여성 대법관 3명은 법원 명령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16쪽에 달하는 반대 의견서에서 "법원 명령은 정부의 법 집행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뒤엎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들 대법관들은 "비록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라고는 해도 휘튼칼리지는 법의 문제에 있어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도 불만을 드러냈다.
한편, 휘튼칼리지측은 법원 결정 후 성명서를 통해서 "이번 결정은 우리 대학의 종교적 커뮤니티가 종교자유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연방법원이 인정한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휘튼칼리지의 필립 라이큰 총장은 "연방법원이 우리의 종교자유를 보호하기로 지혜로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기독교 대학 커뮤니티의 신앙이 정부에 의해서 침해되어서는 안되다는 우리의 신념을 지켜나갈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