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우리의 무관심”

한복협 월례회, ‘남북통일 위한 교회 역할’ 주제로

 

▲한복협 월례회가 열리고 있다. ⓒ이대웅 기자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가 11일 서울 역삼동 화평교회(담임 김병훈 목사)에서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영한 박사(숭실대)는 ‘한반도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고후 5:18-19)’을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박사는 “인간이 역사를 운영하나 역사의 방향과 진행은 인간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 작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그 누구도 통일의 날은 예견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과격 칼빈주의자들처럼 하나님의 섭리를 숙명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간구와 기도와 노력을 미쁘게 보시고 통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가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로는 먼저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민간 차원에서 물자를 계속 보내 우리의 사랑을 전달해야 하고, 하나의 지속적인 교류로써 인도주의적 유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통일의 지름길은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 성공과 번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북한을 오고가는 11-13만명의 조선족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탈북자 인권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계속 북송되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완고한 탈북자 정책이 자리잡고 있는데, 김 박사는 한국교회가 국제 인권단체에 이러한 인권유린 사실을 제소하고 중국에 시정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북한 지하교회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만명에 이르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한국교회가 중국 가정교회를 통해 도와야 한다는 것. 김 박사는 “오늘날 하나님의 통일 섭리를 지연시키는 장애물은 어느 누구가 아닌 우리 자신의 무관심”이라며 “북한인권운동가 솔티 여사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한국인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미국에 사는 교포들보다 모르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영한 박사는 “이사야는 70년간 바벨론의 복역을 끝내고 이들을 고토로 돌아오게 하시는 자가 가시적으로는 고레스왕이지만 배후에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가 있음을 선포했다”며 “지금 우리 눈에는 정치 지도자나 군중들이 나라를 주도하는 것 같지만, 배후에서 개별 일을 연결시키는 각본은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임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한반도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 섭리를 믿고 우리 할 일을 다하게 되기를 기원한다”고 설교를 마무리했다.

이후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복음주의 신학적 관점에서’ 주도홍 교수(백석대)가, ‘에큐메니칼 신학적 관점에서’ 이근복 목사(NCCK)가, ‘평신도적 관점에서’ 허문영 박사(평화한국)가, ‘종합적 관점에서’ 조동진 목사(통일환경연구원장)가 각각 발표했다.

주도홍 교수는 기독교통일학회의 지난 6월 ‘제3차 기독교 북한선교기관 및 NGO단체 대회’에서 선언한 5가지 항목을 되짚으면서,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는 성령 안에서 기도하며 그 분의 도우심을 간구하고 순전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선결돼야 하는 것은 세상적인 가치관을 내려놓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근복 목사는 “평화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보수와 진보를 떠나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연대하는 일은 민족의 과제를 풀고 한국교회의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는 절박한 일”이라며 “한국교회가 더 바람직하게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번영에 기여하려면 우선적으로 교회의 본질과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문영 박사는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주체적으로 풀어가야 할 민족문제이지만, 미·일·중·러 등 주변 4개국의 국익이 걸려 있는 국제문제라는 이중적 성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보다 더 궁극적인 것이 ‘하나님 나라’임을 기억하고 우리부터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 말씀에 굳게 서자”고 전했다.

조동진 박사는 “국토 분단과 민족 분열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미국이고, 지난 100년간의 한미 관계는 한국을 일본에 팔아먹은 원수와의 동침 같은 부끄러운 관계였다”며 “오직 남은 길은 미국이 갈라놓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도록 지난날의 오욕된 관계와 불공정·불평등한 관계를 완전히 청산한 뒤 미국이 남북통일의 책임을 짐으로써 통일된 한국과 새로운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제한시간을 넘겨가며 이러한 발언을 계속하다 방청석의 항의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응답에 나선 박경조 주교는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이렇게 모여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통일의 씨앗을 심고 키우는 일이라는 것”이라며 “특히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통일 후 사회통합으로 가는 준비와 훈련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

한복협은 발표에 앞서 ‘한국교회의 영적 각성과 회개 운동을 위하여(김병훈 목사)’, ‘한국교회의 도덕적 각성과 사랑운동을 위하여(김중석 목사)’,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박완신 장로)’ 함께 기도했다. 한복협은 이와 함께 지난 8일 수상한 ‘2011 피스메이커상’ 상금 1천만원을 북한동포 돕기와 중국 조선족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복협은 올해 마지막인 다음달 월례회(12월 9일 강변교회)에서 ‘사랑으로 오신 예수님Ⅶ’을 주제로 노숙자·조선족·탈북자·장애인·외국인노동자·중국동포·은퇴교역자·나환자·북한동포 등에 ‘사랑의 봉투’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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