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대문 안병무홀에서 진행된 제3세계그리스도교연구소 해외석학초청강좌에 신약학 교수이자 바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뉴욕포덤대학교 웰번(L.L Welborn) 박사가 초청됐다.
그는 사도바울이 고린도후서 8장(고후 8:13-15)에서 부각시킨 평등(equality) 개념에 대해 논의하며 이것은 바울 이전 누구도 제기하지 못한 획기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저는 60 평생 기독교인으로, 이 구절로 설교하는 것을 자본주의 미국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많이 가진 소수와 적게 가진 다수의 사람 불평등이 증대되고 있고 기독교인에게 이웃을 사랑하라 하신 사회적 의무에 대한 헌신이 사라지게 하는 위협을 대면하고 있어 더욱 중요한 논의이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바울학자들은 이 평등개념이 칠십인역에서 가져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며 "바울은 이 평등 개념을 그리스 세계에서 갖고 오고 있다"고 했다.
웰번 박사는 그리스 세계에서 평등 개념이 언급되는 세가지 영역인 우정, 정치,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다고 했다.
그는 "바울의 평등개념을 우정의 맥락에서 살펴보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정은 평등이다'는 속담을 제시하고 진정한 친구는 평등하고 동일하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얘기한 것은 이상일 뿐이고 현실에서는 돈, 교육에서 대부분 편차가 있다"며 "아리스토텔레스는 평등이라는 이상이 '불평등'한 사람 사이에서도 우정으로 남아있도록 하기 위해 '비례적 평등'을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웰번 박사는 "비례적 평등이란 두 사람 친구 관계에서 교육을 덜 받았거나 돈이 더 부족한 사람이 반비례적 원리를 통해 더 뛰어난 사람에게 존중이나 애정을 더 많이 제공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보수적 우정의 정치학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후원자 비후원자 사이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다"며 "후원자 비후원자 관계에서 후원자는 비후원자에게 이에 대한 보답으로 도움과 존중, 사랑을 제공한다"고 했다.
웰번 박사는 "일부 신약학자는 바울이 고린도의 부유한 신자들이 예루살렘의 가난한 신자에 대한 원조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후원자와 비후원자 틀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저 자신은 이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바울이 모금을 종용하며 평등 원리를 호소한 것은 기존의 사회적 권력관계를 역전하려는 시도로 보였을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울은 고린도후서 8장에 편지를 시작하며 마게도냐 교회에서 모금운동에 성공한 것으로 독자들 의 주의를 환기시키며 고린도인도 열심히 참여케하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했다.
덧붙여 "바울은 마게도냐의 성공사례를 강조하며 가난이 관대함으로 이어졌다고 하며 자발적으로 다른 교인을 위해 헌금을 바친 것을 칭송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울의 편지 도입부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마게도냐의 가난함이 예루살렘 교인의 부의 근원이 되었다는 것이다"며 "바울은 언뜻 보기에는 말이 안되는 제안을 한다"고 했다.
이어 "그가 사용하는 증거 중 첫째가 예수 그리스도의 예(고후 8:9)이다"며 "의심할 여지없이 하나님 아들의 케노시스(자기비움)의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울이 마게도냐 사람들과 예수의 모범적 경우를 통해 물질적 가난이 영적 부요의 근원이라는 것을 묘사한 것은 놀라운 것"이라며 "바울이 여기에서 암시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예루살렘의 가난한 성도가 사실 영적으로는 부요함으로 인해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이들 영적 부요가 고린도 사람의 결핍을 완화시켜주었다"며 "고린도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받은 수혜자로 반비례 원리에 따라 예루살렘 성도에게 큰 선물을 해야한다. 그래야 평등이 실현된다"고 했다.
그는 "당시 고린도교회에 있던 몇몇 부유한 사람, 그리스 로마의 후원자 비후원자 관계 익숙했던 사람에게 이 주장은 이상하게 다가왔을 것이다"며 "예루살렘의 가난한 사람이 고린도의 부유한 사람보다 더 우월한 위치에 있고 큰 선물을 해야 평등이 회복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바울의 평등개념을 정치적 차원의 논리에서 보면 고린도 성도는 부요한 로마의 시민이었고 예루살렘 사람은 로마의 지배에 있는 사람 가난한 유대인이었다"며 "그리스 로마 세계에서 어떤 도시에서도 유대인은 평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고 했다.
덧붙여 "실제로 바울이 살았던 시대는 그 지방 그리스인이 유대인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공격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바울은 다시 한번 그리스 로마 세계의 우정관계의 기반을 이루고 있는 반비례 논리를 뒤집고 있다"고 했다.
또 "평등 개념이 논의될 수 있는 세번째 맥락은 코스모스(Cosmos), 세계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다"며 "그리스 사상가는 신이 이 세상 만물에 평등을 부여한다고 주장한다"며 "바울은 여기에서 또 한번 그리스로마 사상의 논리를 뒤집는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로마 사상가들은 평등을 부여한 것이 신이라 하면 바울은 그 역할을 인간에게 부여한다"며 "자원을 재분배하고 교환하는 행위를 통해 평등을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울이 이런 새로운 사상을 주창할 수 있는 계기는 그리스도 사건으로 보인다"며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서 자기를 비운 것, 스스로 가난하게 된 사건이다"고 했다.
이어 "바울은 이러한 기독교적 원칙에 새로운 공간, 즉 인간의 행동을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인간의 행동'을 다른 말로 바꾸면 경제적 행동이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로마 세계에서는 평등의 개념을 우정, 정치, 세계의 맥락에서는 제시했지만 사회적, 경제적 관계에서는 적용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바울은 새로운 조건을 시도함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고대 그리스 로마의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학자 들이 그 시대 사람에게 경제라는 개념은 없었다고 말한다.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도 정치학, 사회학은 있지만 경제학은 없다"고 했다.
그는 "바울의 생각을 이전에 한 사람은 없었다"며 "획기적인 생각을 한 것이고 그 토대는 신학적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어 "바울이 지금 추진하고 지지하고 조성하는 것 은 급진적이고 과격한 것이다"며 "자발적 재물의 재분배를 통해 서로 다른 계급 사이에 평등을 재분배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바울은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 출애굽기 16장18절 만나의 기적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 구절을 살짝 바꾼다"며 "이 변형은 바울 자신이 자기제안이 급진적이고 대담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웰번 박사는 "바울의 이러한 혁명적인 행동이 가능한 순간은 지금(the now time)이다"며 "그것은 일상적 현재가 아닌 희망으로 가득차 터져버리기 직전인 메시아적 시간이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