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원 목사의 신앙상담] 귀신과 악령(PDF용)

오피니언·칼럼
편집부 기자

Q. 좀 유치한 질문인데요. 제가 신학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자주 물어봐요. 귀신이 있느냐는 거예요. 예수님도 많은 귀신들을 쫓아냈으니 없다고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이 이성과 과학의 시대에 있다고도 할 수 없고, 답해주기가 어려워요.

A.해님이의 어려움은 오늘날 그리스도교가 겪는 아주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오늘날에는 정신분석가들이 귀신현상을 인격분열로서 훌륭히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귀신을 말하는 것 자체가 원시적이고 무지로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귀신-저는 귀신이란 말 보다는 악한 영이라고 부르는데-은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의 인격과 삶 속에 똬리를 틀고서 온갖 파괴를 일으킵니다. 현대의 그리스도교는 이 귀신을 부인하려고 애썼고, 그것이 현대적인 종교가 되는 길이라 생각했죠. 신학은 귀신 이야기를 경계했고, 교회예식에서는 축귀의식이 사라졌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정신질병을 만나면 교회는 얼른 심리학에게 떠넘기게 되었죠. 그 틈을 타서 귀신은 더욱 활개 치게 되었답니다.

가시나무 새라는 노래 가사가 있어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있어요. 여럿 있다고 해요. 예수께서 거라사라는 곳에 가셨을 때, 한 귀신들린 사람이 나와 행패를 부렸습니다.(막5:1-20) 예수께서 그를 불러 귀신의 정체를 대라고 했더니, 그는 자기안의 존재가 군대(로기온)라고 했어요. 어느 사람의 인격 안에 수도 없는 다른 힘이 들어가서 주인노릇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나 말고 다른 존재가 내 주인 역할을 맘대로 하는 것이 귀신들림입니다. 예수님은 이 떼거리 귀신들에게 돼지 떼에게 들어가라 명하십니다. 귀신이란 짐승에게나 어울리는 존재입니다.

귀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나님이 귀신을 내시지는 않았어요. 귀신들림은 하나님 책임이 아닙니다. 선하게 지음 받았지만 어둠 가운데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 안에서 절로 생겨났습니다. 몸을 보세요. 건강한 세포 사이에 어느 틈에 악마 같은 암 세포가 생겨나서 고통을 줍니다. 이런 세포가 왜 생겼는지 나로서는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암세포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의 몸이 만든 거예요. 일단 생겨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요. 귀신의 존재가 이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우리의 불완전하고 어두운 인격이 만든 우리 안의 허깨비이지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우리를 조정하는 실체가 귀신, 곧 악령입니다.

#홍순원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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