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부터 차별의 벽까지...뉴욕 한인 작가전 퀸즈뮤지엄 개막

  ©뉴시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뉴욕서 활동한 한국의 대표 작가들이 퀸즈뮤지엄에 집결했다.

지난 29일 퀸즈뮤지엄 2층 갤러리에서 열린 '시간의 그늘 :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2부 1989-2001' 전 오프닝 리셉션이 작가들과 쿠하우스 서니 신 대표, 뉴욕문화원 조희성 큐레이터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알재단(회장 이숙녀)과 뉴욕한국문화원(원장 이우성)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4월과 5월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 이어 퀸즈뮤지엄으로 자리를 옮겨 7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은 강종숙, 곽선경, 김봉중, 김수자, 남효정, 데비 한 마이클 주, 문영민, 민용순, 박가혜, 박유아, 서도호, 서원주, 안성민, 안형남, 윤경렬, 이정진, 조성모, 천세련, 황 란, 홍윤아, 홍찬희 등 이 시기를 대표하는 44인으로 총 50점의 작품 및 아카이브 자료들을 선보였다.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의 1990년대 작업 과정과 업적 등을 돌아보자는 취지로 세계인으로서의 한국인, 확장된 지평선, 전통과 변모, 번역된 오브제 등의 네 주제로 나뉘었다.

이날 오프닝 리셉션엔 뉴욕에서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10주년 기념전과 제자들과의 그룹전 등으로 화제를 모은 동아대 김명식 교수가 참석해 작가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었다.

전시회에선 세월호 비극을 주제로 한 윤경렬 작가의 최신작이 눈길을 끌었다. 검은색 선박의 바닥과 거친 파도의 추상적 이미지에 노란색 리본과 한글로 엄마 사랑해가 표현된 이 작품은 미국인 관람객들도 한눈에 세월호 참사임을 알아보고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길(road)'의 작가로 잘 알려진 조성모(55) 화백은 '길을 따라서-벽'을 내세웠다. 이 작품은 유학생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가 콜택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심야에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승객을 태우고 뉴저지 뉴왁의 한 도로를 달리다 마주친 교도소의 벽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2010년 아시안최초의 할리우드 여류스타 애나 메이 왕의 생애를 다룬 작품으로 국제적 조명을 받은 홍윤아 다큐멘터리 감독은 이번에 비디오영화 '메모리얼 에코(기억은 메아리처럼)'를 전시했다.

홍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메모리얼 에코는 1.5세 출신으로 1982년 서른한살에 요절한 천재 예술가 고 차학경씨의 유작 '딕-티(Di-ctee)'를 소재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은 지난 해 타계한 미주한국영화의 개척자 한동신 전 오픈워크 대표에 헌정하는 것이어서 이날 자리를 더욱 뜻깊게 했다.

미동부에서 한인 작가들을 꾸준히 지원해온 알재단의 이숙녀 회장은 "뉴욕 일원에서 그간 수많은 전시회들이 있었지만 시기별로 대표하는 한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돌아보고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뉴욕한국문화원과 카펜터 재단 등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뉴욕의 대표적인 한인 작가들의 작품들과 아카이브 자료들을 전시하는 대규모 기획을 함께 한 알재단과뉴욕한국문화원은 지난 해 뉴욕의 1세대 한인작가들을 조명한 '채색된 시간: 재미한인작가 아카이브 1부 1955~1989' 전시회를 연 바 있다.

이숙녀 회장은 "내년엔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2002년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인 최근 작가들의 대표작을 모으는 전시회가 예정 돼 있다"면서 "이번 시리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바탕으로 모든 작가들이 염원해온 뉴욕 한국 현대 미술관 건립에 큰 진전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뉴욕한인작가전

지금 인기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