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체제가 중국식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고, 북한 지도부 내에서 개혁·개방 세력의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성장 박사(세종연구소 남북한 관계 연구실장)는 3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박동일 목사) '2014년 사회선교정책간담회'에서 "한반도 통일은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체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2014년 사회선교정책간담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박동일 목사)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으로 김경호 목사)와 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한기양 목사) 주최로 진행됐다.
먼저 정 박사는 "북한 조기 붕괴 예측이 계속 빗나갔음에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북한 조기 붕괴를 주장하는 이들은) 동독의 붕괴를 지적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동독의 붕괴는 당시 주변 국가의 '민주화'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1980년 중후반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의 정치개혁은 소련의 영향권 하에 놓여있었던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및 민주화를 촉발했고, 동독도 그 같은 민주화의 흐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결국) 동독이 민주화 됨으로써 동서독 간에 정치체제 상의 차이가 사라짐에 따라 두 국가가 더 이상 분단을 유지할 이유도 소멸돼 두 국가는 조속한 통일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 박사는 "그러나 중국, 베트남, 북한에 대한 소련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영향력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은 소련과 동유럽에서의 변혁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정 박사의 발언에 따르면, 한반도 통일은 남북한이 민주화된 체제가 될 때이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화된 중국이 북한에 민주화 압력을 가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중국이 체제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거나 핵포기 이후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이 이뤄져 체제개혁 압력이 증폭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중국 또한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독재를 고수하고 있으므로, 북한에 개혁을 요구한다고 해도, 체제개혁 요구는 경제 분야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북한의 개혁 이데올로기 확산 ▲개혁파 엘리트의 집권 ▲군부의 중립적 태도 등을 고찰한 결과 북한 체제와 국가의 붕괴 조건은 아직 매우 미성숙돼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 숙청'과 같이 외부 세계에서 보기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북한 체제가 곧 불안정해져 급변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정 박사는 한국 정부가 긴 호흡을 가지고 북한체제가 중국식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정부는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비현실적인 북한 '급변사태' 대비보다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를 추진하고 교류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남북한이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의 모색 단계'->'당국간 대화의 단계'->'부분적(느슨한) 연합 단계->'전면적(긴밀한) 연합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북한이 민주화되면 통일의 단계인 '정치공동체 형성(연방정부 창설) 단계'와 '경제·사회문화·군사통합 완성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통일 전략 하에 대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박사는 "'작은 통일'로 시작해 전략적으로 보다 '큰 통일'로 꾸준히 나아간다면 통일은 미래에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새로운 축복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대일 박사(기장, 평화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는 정성장 박사의 발제를 논찬했다.
'한반도 통일 조건과 전망에 비추어 본 기장교회 통일선교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논찬한 정 박사는 "북한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스탈린주의적 전체주의 국가로 출발해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해체되는 와중에도 수령제라는 동시대에서 찾기 힘든 신정국가를 완성시켰다"며 "고도로 종교화돼 있는 북한 사회에 대해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가 고백하고 있는 종교적 신념체계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북한 선교를 위해서는 ▲한국교회 대토론회 등을 통해 한국교회에 침습한 북한조기붕괴론과 그에 근거한 선교신학 및 정책들을 교정해낼 것 ▲통일신학의 정립 ▲총회 결의사항으로 진행 중인 평화통일아카데미와 월요평화통일촛불기도회의 확대 및 타 교단과의 문호 개방과 참여 유도 ▲통일선교에 대한 교역자와 평신도용 교육 교재 개발 ▲통일선교 정책의 다각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정성장 박사의 '한반도 평화통일 현실과 전망, 한국교회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라는 주제의 발제와 이에 대한 정대일 박사의 논찬 등과 함께, 신상철 대표(민주실현시민운동 본부)가 '국정원 사태와 세월호 재난을 통해 본 한국사회의 현 주소와 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했으며 이를 최형묵 목사(천안살림교회)가 논찬했다. 간담회 후에는, 위원회별 토론이 이어져 총회와 노회간의 사회선교 사업공유와 협력방안에 대해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