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그룹 계열사 5곳 중 한 곳이 부실위험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47개 그룹 1418개 계열사(금융사 제외)의 재무현황(2013년 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곳이 169개, 자본잠식인 곳 110개 등 부실위험에 처한 기업이 279개(19.7%)로 집계됐다.
대기업 그룹 계열사 5곳 중 하나 꼴로 한계기업 수준에 처해 있는 셈이다. 전년과 비교해도 15개 기업이 늘었다.
부실위험 기업 수는 금융위원회가 '제2의 동양그룹 사태'를 막기 위해 주채무계열 선정 시 가장 높은 기준점수를 부여하는 부채비율 400%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다만 이들 기업 중에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투자 단계에 있는 곳도 있어 이번 조사에서 집계된 기업이 무조건 부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유동성 위험에 처한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동부그룹이었다. 최근 극심한 유동성 악화로 위기를 맞고 있는 동부는 51개 비금융 계열사 중 무려 24개(47.1%) 기업의 자본이 잠식됐거나 부채비율이 400%를 넘었다.
동부건설의 부채비율이 533%에 달했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동부하이텍도 430%를 초과하는 등 그룹 비금융 부문의 주력 계열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2위는 GS로 78개 계열사 중 19개(24.4%)가 부실 위험 기업에 속했다. 다만 자본잠식 기업 대부분은 코스모 계열의 방계였고, 주력 계열사 중에서는 GS건설의 부채비율(26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어 CJ(15개·22%), 롯데(14개·22%), 효성(14개·34%)이 3~5위를 차지했고, 코오롱(12개·34%), 태영(12개·32%), SK(11개·14%), 한화(11개·26%), 대성(10개·14%)도 두 자릿수 이상의 부실 위험 기업을 거느리고 있었다.
반대로 영풍, 아모레퍼시픽, 교보생명보험, 홈플러스, 에쓰-오일 등은 자본잠식 및 부채비율 400% 이상 기업이 아예 없었다.
전체 계열사에서 부실 위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봐도 동부가 47%로 가장 높았고 KCC(44%), 부영(39%), 현대산업개발(36%), 코오롱, 현대(33%), 한국지엠(33%)이 그 뒤를 이었다.
그룹별 부채비율은 현대가 540%로 가장 높고, 한진이 452%로 2위였다. 이들은 선박이나 항공기를 리스 및 구매하는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의 현대상선과 대한항공을 주력사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어 한국지엠(353.5%), 대우건설(278%), 금호아시아나(273.7%), 동부(269%), 대우조선해양(254.7%), 효성(220.5%) 순으로 높았다.
반면 아모레퍼시픽(17%), KT&G(22%), 영풍(24%), 한국타이어(32%), 현대백화점(37%), 삼성(43%), 태광(45%) 등은 그룹 부채비율이 50% 이하로 매우 우량했다.
포스코(54%), KCC(56%), 세아(58%), 현대자동차(66%), 롯데(66%), 미래에셋(73%), SK(87%), CJ(89%), 신세계(95%), LG(99%) 등도 그룹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