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암 이브라힘, 기독교식 이름 때문에 다시 잡혀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미국 국무부, "가능한 빨리 이들의 출국 돕겠다" 발표
메리암 이브라힘.

수단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자유의 몸이 된 메리암 이브라힘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간) 공항에서 다시 체포된 이유는 출국 문서에 이슬람식 이름이 아닌 기독교식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메일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메리암과 그 가족들은 현재 위조 여행 문서로 출국을 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부과 받은 상황이다. 여기에 공항 보안국에 몇 시간 동안 구금되어 있다가 메리암의 친구가 보석금을 내어 풀려난 것 때문에 뇌물 지급 혐의까지 더해졌다.

이슬람 국가 수단에서는 법적으로 출생시 부모의 종교에 따라 자녀의 종교를 결정지으며, 이에 따라 인구의 절대다수가 태어나면서부터 무슬림으로 결정지어진다. 이렇게 정해진 종교는 절대 바꿀 수가 없다. 메리암 역시 무슬림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나서 무슬림으로 등록되었으며, 이름 역시 이슬람식 이름으로 신고되었다.

메리암은 자라면서 기독교인이 되었고, 미국 시민권자이자 기독교인인 다니엘 와니와 결혼했다. 그러나 이슬람법상으로는 무슬림이기에 기독교인과 결혼한 것이 배교 행위로 간주되어 체포된 뒤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지난 2월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국제사회에서 메리암의 구명 운동이 일었고, 이에 힘입어 지난 23일 석방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미국으로 향하던 길 메리암과 그 가족은 카르툼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거치던 중 체포되어 이 같은 혐의를 쓰게 되었다.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대변인은 "수단 정부는 메리암과 그 가족들이 안전한 상태임을 미 국무부에 확인시켜 주었다"며, "우리는 수단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이들 가족이 가능한 한 빨리 수단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고 발표했다.

또한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이 이 가족의 일에 개입해 긴밀히 도울 것이다. 우리는 수단 당국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이는 이 가족의 안전과 신속한 출발을 보장하는 한편,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고도 밝혔다.

한편, 국제적인 사회정의와 종교자유를 위한 운동 단체인 하드와이어드(Hardwired)는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미 정부가 사전에 메리암과 그 가족들의 탈출을 위해 충분히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티나 라미레즈 대표는 "미국 정부는 이들 가족들을 수단에서 무사히 탈출시키기 위해서 미리 수단 정부와 협의를 해두었어야 했다. 이는 메리암의 남편이 다니엘 와니가 수단 주재 미국 대사관에 미리 요청했던 것이지만 대사관은 도움을 주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라미레즈는 "미 의회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는 인권 문제를 신경쓰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가족의 일이야말로 그들이 돌봐야 할 일이다"고 덧붙였다.

메리암은 지난 2월 사형 선고를 받은 이후 5월에 감옥에서 딸을 출산했으며, 이에 따라 석방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형 집행이 임박해 있던 상황이었다. 메리암의 변호사와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수단 당국은 메리암이 수감되어 있는 동안 기독교 신앙을 버리면 사형 선고를 취소해 주겠다고 회유하였으나 메리암은 이를 끝까지 거절하고 신앙을 꿋꿋이 지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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