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동성결혼식을 집례할 수 없도록 한 교단법을 어겼다 파면당한 미국연합감리교회(UMC)의 프랭크 섀퍼(Frank Schaefer) 목사가 24일(현지시간) 복권됐다. 이날 교단 북동부 항소위원회는 섀퍼 목사의 목회자 자격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독일 출신으로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1996년부터 성직에 몸담아 온 섀퍼 목사는 지난 2007년에 동성애자인 장남이 자신의 동성 연인과 결혼식을 올릴 때 이를 집례한 것이 문제가 되어 작년 12월 파면을 당했다.
섀퍼 목사의 아들은 십대일 때 이미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식 당시 섀퍼 목사가 집례를 한다는 사실은 지역지를 통해서도 보도되었다. 그러나 섀퍼 목사가 파면을 당한 것은 이로부터 6년 뒤 교단 내 보수 교인들이 섀퍼 목사를 교단 재판소에 고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연합감리교 권징 규례집은 성직자가 "비록 동성결혼이 법적으로 인정되는 지역이라 해도 동성결혼식을 집례해서는 안된다"고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섀퍼 목사가 동성결혼식을 공개적으로 집례한 뒤 6년이 지난 후에야 이 일이 문제시된 것은 교단 내에서 동성결혼과 관련한 정리된 입장이 부재한 상태임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섀퍼 목사가 파면을 당한 것을 두고도 보수 교인들이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과 반대로 진보 교인들 사이에서는 그의 복권을 촉구하는 운동이 일기도 했다. 항소위의 이날 판결 역시 규례집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섀퍼 목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 동성결혼을 두고 갈등이 극으로 치달은 연합감리교 내에서 더 이상 교단법이 권위를 갖지 못함을 보여준다.
항소위는 이날 판결에서 섀퍼 목사의 복권을 선언했을 뿐 아니라, 섀퍼 목사가 앞으로는 요청을 받을 시에는 언제든 동성결혼식을 집례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앞서 교단 재판소는 섀퍼 목사에게 30일간 목회자 자격을 박탈한다며, 다시 한번 동성결혼식을 집례하거나 축복할 시에는 목회자 자격을 영영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섀퍼 목사는 동성결혼식을 집례할 권리를 고집했고, 이에 따라 파면이 결정된 것이다.
섀퍼 목사는 판결이 나온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하는 일곱 색깔의 스톨을 걸치고 나왔다. 그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러한 판결은 성적 소수자(LGBTQ) 커뮤니티에 매우 희망적인 신호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위원회는 내가 차별당하는 이들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처벌을 받았음을 인정한 것이다"며, "오늘의 결정은 우리 교단이 법을 뛰어넘어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많은 다른 교단들이 이미 따라가고 있는 길이다. 우리 교단에서 나를 강단에 초대하고 나와 함께 앉아 식사를 나누고 나와 내 가족을 기부로써 지원해 준 다른 교인들 모두는 이미 나의 복권을 인정한 이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섀퍼 목사의 복권 소식에 연합감리교인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고 있다. 종교와민주주의연구소(Institute on Religion and Democracy)의 존 롬퍼리스는 이를 두고 "실망스럽지만 그리 놀라운 일을 아니다"며, "위원회는 우리의 성경적 기준을 수호하는 일을 해야 했지만 그 대신에 자신들의 직위를 불법적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어젠다를 이 교단에 강요하는 일에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의 미네르바 카르카뇨 주교는 섀퍼 목사를 산타 바바라 지역 학생 선교 담당자로 초빙하겠다고 밝히며 그의 복권을 대환영했다. 주교는 "섀퍼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동성애자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섀퍼 목사와 그 가족이 우리에게 와서 함께 일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