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시키기로 했다. 또 인사시스템을 보강하기 위해 청와대 내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오늘 정 총리의 사의를 반려하고 국무총리로서 사명감을 갖고 계속 헌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보강을 위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둬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한 인사의 발굴 평가를 상설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폐쇄된 인사수석실을 박 대통령이 6년만에 부활시킴으로써 청와대는 인사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개편을 선언했다.
그간 현 정부의 인사는 김동극 인사담당 행정관이 실무를 담당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이 고정 멤버로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뤄져 왔다. 하지만 폭넓은 인재발굴은 물론 충분한 검증에 있어 한계를 보이면서 인사대상자들이 잇단 낙마에 인사담당관 뿐 아니라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어왔다.
청와대는 문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신설된 인사수석실을 통해 우수 인재를 평소에 발굴하고 관리해서 상시 추천할 수 있는 인력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사수석 신설로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노무현 정부 때와 매우 유사하게 됐다는 평이다. 인사수석실의 사전검증에 이어 인사위원회에서 공직후보자를 최종 검증·논의하는 투트랙 형태의 현 시스템은 참여정부 때의 인사수석과 비서실장·수석의 논의체인 '인사추천회의'가 가동된 것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인사수석실의 성공 여부를 박 대통령의 비선라인 즉 '수첩인사'를 차단하고 항시 갖춰진 인재풀 확보를 과제로 본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같은 시스템을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사추천회의가 유명무실해지고 측근 실세가 인사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잇따른 인사 실패에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지고 향후 공직사회 인사혁신 업무에 대해 대통령을 보좌하게 될 인사수석실의 제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단 지적이다.
이번 인사수석비서관 신설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10명으로 늘어난다.
한편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 속에 총리 인선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은 박 대통령이 두달넘은 총리부재에 따른 국정공백을 방치할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표현한 '관피아(관료+모피아)' 척결과 국민안전시스템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총리를 실현해 이전에 대독총리라는 지적을 벗어나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관피아를 통해 드러난 자신의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졌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됐다.
당사자인 정 총리는 청와대의 사의 반려 발표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를 통해 "국가를 바로 세우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과 공직사회 개혁, 부패 척결, 그리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국가개조에 앞장 서겠다."며 "필요한 경우 대통령께 진언드리면서 국가적 과제를 완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