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개서, 하나님 왕 되시던 출애굽 시대 상기... 정치적 혼란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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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신학
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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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차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논문발표회, 대신대 신학대학원 이경실 교수 발제
이경실 교수(대신대학교 신학대학원)가 '역사적 연구를 통한 학개서 이해'를 주제로 발제했다.   ©오상아 기자

26일 성락성결교회(담임 지형은 목사)에서 '구약과 목회와의 만남 IV: 학개. 말라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를 주제로 제23차 한국복음주의 구약신학회 논문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역사적 연구를 통한 학개서 이해'를 주제로 발제한 이경실 교수(대신대학교 신학대학원)는 "학개서를 읽을 때 시내산 언약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을 끈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성전건축과 관련이 되는 직접적인 본문인 열왕기서를 인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성전을 지으라는 선지자 학개의 현실적인 요구와 시내산 언약은 무슨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인가?" 질문에 답을 해나갔다.

'시내산 언약' 상기시키며 출애굽 상황과 학개 당시 상황 연결

이 교수는 "우선 '두려워 말라'는 명령어가 학개서와 출애굽 전승을 연결한다"고 했다.

학개 2장 5절은 "너희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내가 너희와 언약한 말과 나의 영이 계속하여 너희 가운데에 머물러 있나니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지어다"인데 출애굽기 14장13절 상반절과 20장20절에도 '두려워 말라'는 명령어가 있다.

그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출애굽의 상황과 (학개서의)현재 상황을 연결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출애굽기 14장의 맥락은 홍해를 건너기 직전, 이스라엘의 뒤를 쫓아 오는 애굽 군대의 위협에 모세가 백성을 권면하는 장면이다"며 "20장은 여호와가 시내 산에서 모세와 백성들과 언약을 맺는 장면이 그 배경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출애굽기의 '시내산 언약'과 학개서의 연결에 관해서 언급했다. 이 교수는 "학개서 2장 5절에서 언급된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가 언약한 말'은 시내산에서 모세와 백성들이 여호와와 맺은 언약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개서 2장 5절의 또 다른 기능은 출애굽을 했던 그들의 조상들과 학개 당시의 청중들을 동일화하는 것이다"며 "학개서는 '두려워 말라'로 연결된 학개서의 청중과 시내산 언약의 청중을 이 언어장치를 통해 연결을 넘어 동일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세번째로 학개서의 성전 재건은 출애굽 당시의 회막 건축과 연결되어 있다"며 "학개서에는 출애굽 당시 회막 건축처럼, 성전을 위한 물질의 지원 역시 백성들과 나라들의 자원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는 솔로몬이 페니키아의 기술력과 물질에 의존해 건축했던 성전의 건축 양상과 다른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학개서, 왕이 없는 유대 정치적 상황 극복 위해 기록

그는 "학개서가 출애굽기와 연결한 것은 우선 유대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여전히 여호와와 시내산 언약으로 묶여져 있음을 설득하기 위해서다"며 "시내산 언약은 왕이 없는 당시 유대의 정치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왕국 시대의 유대인들에게 핵심적인 신학은 왕조 신학인 시온 신학이었다"며 "시온은 여호와가 거하는 곳이었으며, 왕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나라와 세상의 중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바빌론 왕 느브갓네살의 수도 예루살렘 점령과 여호와의 성전이 파괴로 철저히 시온 신학의 기반이 부서졌다"고 했다.

그는 "예루살렘의 왕정과 성전의 존립 기반이었던 시온 신학이 무너진 상황에서 학개는 유대의 사람들에게 본질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여호와의 백성이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시내산 언약을 되살려냄으로 유대인과 여호와를 직접 연결시키고 그들이 여전히 여호와와 언약 관계 속에 있음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나라가 멸망하고 왕이 없는 유대의 상황에서 학개서가 기록된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제의 없던 시절, 성전 건축 가능함 설득
바벨론 귀환 이후 과거 땅에 대한 소유권, '신학적'으로 주장 

또 "두 번째로 학개는 제의가 없던 시절, 그래서 자신들의 죄를 씻을 제도적 장치가 없던 (출애굽기)시절에 여호와가 임재하는 장막을 건축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다"며 "이것이 학개가 유대인들에게 성전 건축이 가능함을 설득하는 두번째 논리이다"고 했다.

그는 "광야에서 회막을 건축하던 당시의 이스라엘인도 제의를 통한 속죄를 못해 부정한 상태이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출애굽기의 기록에 따르면 성막은 39장에 이르러서야 그 역사가 다 끝나고 출애굽기의 마지막인 40장에서 성막 봉헌식이 이루어진다. 이후 레위기에서 백성이 드릴 번제를 비롯한 제사법이 기술되어 있다. 속죄제는 레위기 4장에 나오고 있다"

세 번째로 그는 "학개서에서 출애굽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데에는 땅과 관련된 사회적 상황이 있다"며 "바벨론에게 귀환한 자들에게 있어 실제적인 문제는 과거 자신의 소유였던 땅들을 되찾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어 "과거 자기 지파의 땅들은, 포로로 끌려가지 않고 가나안 땅에 남겨진 자들이 경작하고 소유하고 있었다"며 "이런 정황 가운데에서 바빌론에서 귀환한 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조상들의 땅을 찾아야 할 실제적인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귀환한 자들의 옛 땅에 대한 권리는 역대하 36장 21절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이에 토지가 황폐하여 땅이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칠십 년을 지냈으니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더라"(역대하 36:21)는 구절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학개서에 출애굽기를 인용하는 이유는 땅에 대한 소유권을 신학적으로 밝히는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하나님 '왕' 되셔서 '계시' 없이 성전 건축 가능

덧붙여 "신이 꿈으로 보여주는 계시와 그것을 확인하는 신접자의 신탁은 고대 근동 신전 건축의 주요 동기이다"며 "다윗이 짓기로 결심하였고, 그의 아들 솔로몬이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의 경우, 계시와 선지자의 말씀이 모두 등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학개서에는 성전 건축자가 신으로부터 직접 꿈으로 받는 계시가 없는가?"질문했다.

그는 "오직 성전을 지으라는 명령만이 그의 종(학 2:23)인 스룹바벨에게 선지를 통해 직접 임할 뿐이다"며 "그러나 스룹바벨이 받았다는 계시는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개가 그것을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며 "학개는 이 결여를 통해 하나님 자신이 이스라엘 성전 건축자로, 곧 왕으로 직접 꿈을 꾸시기에 인간 세상에 계시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고대 근동에서 신전 건축은 지상에서 신의 대리자인 왕만이 담당할 수 있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여호와께서 직접 유다의 왕이 되신다면, 인간 세계에 임하는 계시는 필요 없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인간 세상에 필요한 것은 오직 선지자의 선포 뿐이다"며 "학개는 이 결여를 사용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더 나아가 온 세상의 왕으로 여호와를 옹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개는 여호와가 온 세상의 왕이라는 것을 만군의 여호와라는 이름으로 밝히고 있다"며 "이 이름은 서른여덟 개의 구절 가운데서 14회 등장한다"고 했다.

그는 "크로스(F.M. Cross) 역시 이 만군의 여호와라는 신명이 왕적 칭호임을 인정한다"며 "왕을 세우지 못하여 정치적 실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유다가 자신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던 신학적 노력이 학개서에 드러나 있다"고 했다.

#한국복음주의구약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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