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된 수단 기독교인, 하루 만에 다시 체포됐다 풀려나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무슬림 가족들의 고발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기독교 신앙 때문에 임신 중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풀려난 수단 여성이 석방 하루도 채 안되어 다시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23일(현지시간) 메리암 이브라힘(27)이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소식은 그를 위해 기도해 온 세계인들 모두에게 안도와 기쁨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24시간도 되지 않아 메리암이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가려고 하던 중 카르툼 공항에서 다시 체포되었다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비록 몇 시간 후에 다시 풀려났지만 이는 메리암과 그 가족은 물론 이들을 지지해 온 모든 사람들에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었다.

메리암이 왜 체포되었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메리암의 남편 다니엘 와니는 CNN에 "공항에서 나와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을 보안요원들이 가로막았고 이들은 우리를 보안본부로 데려가서 심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자신들이 보안본부에 몇 시간 가량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CNN은 수단 당국이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다시 체포한 것은 메리암의 가족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자가 "기독교인들이 우리 이슬람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메리암은 사형 선고를 받을 당시 지체장애인인 남편 다니엘 와니와의 사이에 이미 두 살 짜리 아들이 있었고,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러나 수단 법원은 메리암이 무슬림이면서 기독교인과 결혼하는 배교 행위를 저질렀다며 사형 선고를 내렸다. 메리암은 지난 5월 감옥에서 딸을 출산했으며, 출산 후 사형 집행이라는 법원 명령에 의해 나날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메리암은 무슬림인 아버지와 기독교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후 메리암은 어머니 아래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기독교인이 되었고, 역시 기독교인이자 미국 시민인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나 이슬람법이 적용되고 있는 수단에서는 아버지의 종교에 따라 자녀의 종교가 정해지고 이를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무슬림이 타 종교인과 결혼하는 것 또한 배교 행위로 금지되어 있다. 이 때문에 메리암은 자신의 실제 신앙과는 상관 없이 수단 이슬람법에 따라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다.

메리암에 대한 수단법원의 반종교자유적이고 반인륜적인 처벌은 즉시 국제사회의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세계복음연맹(WEA)과 미국 남침례교(SBC) 등 세계 교계는 이 같은 판결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수단 법원에 메리암의 석방을 촉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국 하원의원 38명이 케리 장관에게 메리암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요청청원을 내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백악관과 국제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Change.org) 등 메리암을 위한 온라인 청원 운동도 활발히 진행되어 수십 만 명에 이르는 세계인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한편, 메리암은 수감되어 있는 동안 기독교 신앙을 버리면 살려주겠다는 회유와 강압에도 자신의 신앙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암의 남편인 와니는 외신들에 "아내는 기독교 신앙을 버리면 살려준다는 말에도 '만약 나를 처형할 것이라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신앙을 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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